[서울시내 29개 지하도 상가 공개경쟁입찰 변경 앞두고 직접 찾아보니..]
[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지하도 상가가 모두 지하철 개통할 때 생긴 게 아니다. 이전에 민간에서 만든 상가들도 있다. 그래서 어느 상가는 수의계약하고 또 다른 곳은 서울메트로에서 경쟁입찰을 하니 복잡해 보이는 거다. 임대료를 약간 올려도 시설관리공단의 위탁관리를 받으며 수의계약 할 수 있는 지금이 낫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지하도 상가에서 프린터 부품을 팔고 있는 상인 이모씨. 이 씨는 같은 역에 있는 상가인데도 임대차 방식이 다른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서울시 조례안이 통과되면 이 씨의 일터를 포함해서 서울시내 29개 지하도 상가는 모두 공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뀔 예정이다.
3일 서울 을지로 일대 지하도 상가를 직접 가보니 공개 경쟁입찰에 반대하는 벽보가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상가를 통째로 입찰해서 영세상인을 쫓아낼 것이냐며 비판하는 내용들이 대다수였다.
상인들은 상가단위 경쟁입찰이 실시되면 이전보다 부담이 늘게 된다며 울상였다. 한 상인은 "입찰조건에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설치조건이 붙어 낙찰받으려 편의시설 많이 쓸 것"이라며 "경쟁입찰로 임대료가 오르는 것은 물론 나중에 전기세 등 부가경비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양도·양수 금지 조건이 붙은 것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간 수의계약으로 계약이 1년마다 연장되면 권리금(fee)도 오르는 경향이 있었다. 또 다른 상인은 "임대료 말고도 권리금도 여태껏 부담해 왔던 것"이라며 "정부에서 지금까지 묵인하다가 이제와서 갑자기 모든 재산권을 포기하라는 소리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오래 미뤄왔다며 공공성 회복을 위해 지하도 상가 경쟁입찰을 감행한다는 입장이다. 수의계약으로 기존 상인이 재임대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유·독점화됐고 모든 시민들에게 동등한 임차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시내 29개 지하도 상가 중 강남역, 영등포역 등 강남권 5곳은 공개 경쟁입찰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이들 상가는 2009년 입찰에서 개·보수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모두 이전 상인회가 낙찰을 받았다.
나머지 24개 상가들은 단계적으로 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시청광장, 명동역, 을지로입구 등 5곳에 이어 19개 상가도 2012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임대차 방식 변경이 추진된다. 현재 서울시 지하도상가조례 개정안은 공람과 의견청취를 거쳤으며 6월 정례회의에서 시의회와 통과를 협의할 예정이다.
김윤기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상가관리처장은 "기존에 민간투자 때부터 있던 상인들이 곧바로 다른 업종으로 변경이 곤란하니 사전 준비기간 차원에서 수의계약을 허용했던 것"이라며 "시에 기부채납으로 운영권이 반환된 만큼 이제 다른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게 경쟁입찰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내 29개 지하도 상가는 시민통행과 유사시 방공대피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1970~1980년대에 민간투자로 조성됐다. 이들 상가는 20년간 무상사용 뒤에 서울시에 반환됐으며 산하 시설관리공단을 통해 위탁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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