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설] 진 장관은 약사보다 국민을 생각해야

시계아이콘01분 04초 소요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제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더라도 약사법상 의약품은 약국을 통해서만 팔게 돼 있기 때문에 약사들이 담합해 약을 안 넣겠다고 하면 실질적으로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법을 핑계로 일반 약의 슈퍼 판매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얘기다. 불합리한 규정이 있다면 고쳐서라도 추진하는 게 옳다. 지레 '현실적 한계' 운운하며 포기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진 장관은 정책 포기와 관련해 "약을 (약국 외 장소에) 깔아 놓을지가 문제가 아니라 약국이 문 닫는 시간에 발생하는 응급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국민이 일반 약의 슈퍼 판매를 원하는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약품 접근성을 높여 달라는 것이다.

지금은 감기약, 소화제 등 급할 때 우선 찾게 되는 가정상비약도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야간이나 공휴일에 영업 중인 약국을 찾아다니느라 진땀을 흘린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언제 어느 때고 집 근처 약국에서 원하는 약을 손쉽게 살 수 있다면 슈퍼 판매를 허용하라는 얘기가 나올 이유가 없다.


복지부와 약사회가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안전성 문제도 그렇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4월 전국의 당번약국 119곳을 조사한 결과 95%(102곳)가 복약지도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 30분 후에 드세요'가 복약지도의 전부다. 그러고는 약사들은 건당 720원씩 받는다.


소비자들이 슈퍼 판매를 바라는 약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소화제나 감기약, 해열제, 영양제 등 안전성이 검증된 가정상비약이다. 오남용 우려도 과장된 측면이 크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도 약국에서 감기약이나 소화제를 살 수 있는 게 현실 아닌가.


진 장관은 "약사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다"라고 말만 할 게 아니다. 안전성이 검증된 가정상비약은 급할 때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가까운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살 수 있도록 법을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 법을 내세워 약사의 약품 독점 판매권을 옹호하려 하지 말고 '국민의 눈치'를 보는 장관이 되길 바란다.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