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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 車부품 공급망 다변화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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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조 파업 여파 물량수급 쪼개기 어려워 수직계열화 시스템 유지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ㆍ기아차가 유성기업 노조 파업 이후에도 현재와 같은 수직계열화 공급 시스템을 유지할 방침이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물량을 쪼개 공급받는 방안은 현재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유성기업 노조 파업으로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후 정몽구 회장은 오승국 그룹 구매총괄본부장(부사장)을 포함해 그룹내 부회장단 일부를 소집했다. 이미 유성기업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보고를 받았지만 이날 정 회장은 다시 한번 부품 공급과 함께 유성기업 현황을 들었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기보다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잘 해결하라"는 일반적인 당부만 언급했다. 현대ㆍ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의 당부와 관련해 "유성기업에 대한 부품 의존도를 잘 알고 있는 만큼 '잘 해결하라'는 말 외에 다른 조치를 주문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정 회장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차가 부품을 단일 회사에서 50% 이상 공급받는 곳은 전국적으로 180여 곳에 달한다. 90% 이상의 부품을 품목당 서너개 기업에서 받고 있지만 극히 일부가 예외다. 시트와 헤드램프, 로어암, 브레이크디스크, 머플러 등은 한개 회사의 공급 비중이 50%를 넘어설 정도로 높다.

공급 의존도가 높은 일부 부품의 협력사 다변화와 관련해 현대ㆍ기아차는 '당장 개선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론과 실전에는 차이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 담당 사장과 이삼웅 기아차 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태 해결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공급선을 다양화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부품 단가 상승 우려다. 물량이 늘어날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게 일반적인데, 한정된 물량을 업체별로 쪼갤 경우 값은 상승하게 된다. 그룹 관계자는 "가격이 비싼 부품도 아닌데, 물량을 쪼개서 공급받는 것은 부품 단가만 높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공급선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규 업체를 알아봐야 하는데, 부품 품질 테스트 등을 실시하기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당장 공급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업체를 찾아나서기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중장기적으로 공급망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한개 부품으로 공장 가동을 멈췄다는 점은 분명 고칠 필요가 있다"면서 "부회장단 등도 필요성은 공감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변화는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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