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고위 관계자 "기본료 인하하려면 기존 인하안 수정해야"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한나라당의 기본료 인하 요구 때문에 지난 2개월간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심 끝에 마련한 통신요금 인하안이 전면 재검토될 상황에 처했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기본료 인하를 비롯해 통신요금 인하안 전부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에서 제시된 내용과 더불어 여당측에서 요구한 사안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정부 통신요금TF에서 내 놓은 안 중 기본료 인하는 없었다. 처음부터 기본료는 논의 사항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부와 통신 업계는 기본료를 일부 낮추는 것보다 월 50건의 무료 문자를 확대하고, 스마트폰 요금제의 음성 사용량을 늘리고 모듈형 요금제를 도입하는 등 이동통신 서비스 사용자들의 행태에 맞춘 요금 인하안을 내 놓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여겨 다양한 통신요금 인하안을 내 놓았다.
하지만 여당측이 기본료 인하가 없을 경우 통신요금 인하안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방통위와 통신 업계 모두 고민에 빠졌다. 여당측은 현재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안에서 기본료 인하를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여당의 강한 압박에 방통위도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만약 기본료 인하에 나설 경우 현재 통신 3사와 협의가 끝난 무료 문자 제공과 스마트폰 음성 통화 확대 등의 요금인하안을 전면 수정해야 할 전망이다.
방통위의 다른 고위 관계자는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무조건 통신 3사에게 희생하라고만 할 수는 없다"면서 "만약 기본료를 인하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무료 문자 제공, 음성통화 확대 등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통신 업계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기본료 인하는 바로 매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가입자당 1000원을 내린다고 해도 실제 체감효과가 미비하다는 것도 문제다.
각 회사마다 영업이익이 다른데 요금인하는 똑같이 하라는 정부의 강압적인 자세도 불만을 사고 있다. 많이 버는 회사는 영업이익률이 20%대에 이르지만 적게 버는 회사는 6% 정도에 불과해 같은 수준으로 요금을 내리라고 일반화 하기 어렵다.
통신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각 회사마다 시장 상황과 경쟁요소가 다르다 보니 일괄적으로 요금 인하안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면서 "이익을 많이 내니까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논리라면 적게 버는 회사는 적게 내리고 많이 버는 회사는 많이 내려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결국 시장 경쟁 상황을 통해 요금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일방적으로 통신요금 인하안을 내 놓으면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요금 인하를 위해 지난 3개월간 부던히 노력해온 정부도 체면을 구기게 생겼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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