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일 경제팀의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장관 5명을 바꾸는 개각을 단행했다. 내부 인물을 발탁하는 등 측근 중심의 돌려막기 인사 논란은 피했지만 참신성이나 개혁성 면에서 국민이 바라는 전면 쇄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청와대의 말대로 일하는 정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 '실무형 개각'인 셈이다.
새 경제팀의 당면 과제는 서민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무엇보다 4개월 연속 4%대를 기록하는 등 치솟는 물가를 잡고 심각한 실업 문제를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저축은행 사태, 전월세 대란, 가계부채, 침체된 부동산 경기, 깊어지는 양극화 현상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경기가 나아졌다지만 서민이나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형편은 한층 팍팍해진 게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경제부처 경험이 적은 박재완 장관이 경제팀장에 기용된 것은 의외다. 본인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고 할 만큼 뜻밖의 인사다. 박 내정자는 경제관료라기보다는 교수와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하다. 박 내정자가 과연 관료집단을 잘 이끌며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경제부처 조정 능력과 리더십을 걱정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관료 경험이 적다는 것은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았다는 얘기와 통한다.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민심의 변화를 수용해 개혁하기보다는 위에서 정한 목표를 따라가는 데 급급한 게 관료들의 큰 단점이다. 이전의 경제팀이 성장과 물가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갈피를 잡지 못한 게 그 방증이다. 관료의식을 타파하고 민심을 정책화하는 데는 관료 경험이 적은 그가 오히려 더 적임자일 수 있다.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실적주의에 빠지는 일이다. 박 내정자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기획한 'MB노믹스'의 전도사로 불리는 이 대통령의 측근이다. 대통령 임기 말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욕심으로 국력에 부치는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기를 바란다. 유혹을 떨치고 기존의 산적한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힘을 쏟는 게 옳다. 특히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선거의 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이 극성을 부릴 것이다.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민생경제에 올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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