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그제 국회를 통과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2월 동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따라 협정은 오는 7월1일부터 발효된다. 2007년 5월 협상을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한ㆍEU FTA가 발효되면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주력 수출품이 비슷한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앞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EU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유럽 27개국으로 구성된 EU는 세계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6조4000억달러로 미국의 14조3000억달러를 넘어선다. 우리의 제2위 교역국이기도 하다. FTA 발효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역협회는 이번 한ㆍEU FTA로 한국의 FTA 교역 비중이 15%에서 25%로 올라가 일본(17%)이나 중국(19%)을 추월하게 된다고 밝혔다. 우리의 GDP를 10년간 최대 5.6% 끌어올리고 일자리도 25만개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그저 앉아서 과실을 챙기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한ㆍEU FTA 발효에 따른 경제적 실익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기업도 철저하고 치밀하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넓어진 시장을 활용해 실리를 극대화할 전략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는 법이다. 자동차, 전자 등은 수출 확대가 예상되지만 농축산업과 도산매 유통, 중소 의류업 등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가 축산농가 지원방안을 포함한 농어업인 지원 특별법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입점제한 범위를 확대한 유통산업 발전법 개정안을 FTA 비준 동의안과 함께 처리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실제 발효를 위해 꼭 필요한 공인회계사법, 부정경쟁방지법,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 등 이행 부수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서둘러 처리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미국 정부와 의회가 최근 한ㆍ미 FTA 실무협의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하는 만큼 우리 국회도 조속히 비준 절차에 나서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