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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에 관한 5개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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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에 관한 5개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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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는 어린이의 세계를 버리지 못하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적 활동사진이다. 배트맨, 슈퍼맨 등을 거르니 DC 코믹스가 하나의 ‘유니버스’를 갖고 있는 것처럼 마블 코믹스 역시 이들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 각 슈퍼히어로를 이해하는 것은 그래서 전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결고리를 전혀 모르고 봐도 보편적으로 재미있는 것이 프랜차이즈 액션 블록버스터 시리즈의 기본이지만 알고 보면 재미는 기본 1.5배 이상일 것이다. 마블 코믹스의 팬이 아니라면 낯선 존재인 ‘토르’ 역시 아무런 정보 없이 만나도 흥미로운 슈퍼히어로이지만 미리 조금만 알고 만난다면 훨씬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잠잠했던 2011년 극장가에 대작 블록버스터의 첫 주자로 나선 <토르: 천둥의 신>(이하 <토르>)을 다섯 개의 키워드로 살펴봤다.

스탠 리: 영웅들의 아버지

<토르>에 관한 5개의 키워드

만화 작가로 출발한 스탠 리는 대단한 창작자인 동시에 사업가였다. 아흔을 바라보는 지금도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스파이더맨을 비롯해 엑스맨, 헐크, 아이언맨, 데어데블 등을 만든 슈퍼히어로의 ‘아버지’ 같은 인물이다. 스탠 리가 ‘천둥의 신’ 토르를 잉태한 것은 최고의 창작력을 과시하던 1962년이었다. 불혹의 나이에 그는 스파이더맨과 헐크, 토르를 쏟아냈다. 영화로는 친구 영웅들보다 늦게 태어난 토르는 마블의 슈퍼히어로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이 아닌 별종이다. ‘평범한 사람을 뛰어넘는 영웅보다 더 대단한 영웅’인 슈퍼히어로를 능가하는 신인 것이다. 토르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스탠 리는 “어떻게 하면 초인보다 더 강한 영웅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다 사람이 아닌 신을 만들자고 결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는 널리 알려져 있으니 북유럽의 전설을 활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북유럽 신의 겉모습은 나이 든 바이킹을 닮았을 것 같았다.” 스탠 리와 작가들은 토르를 영생의 신이 아닌 유한한 삶을 사는 신으로 설정했다. 생명은 수천년. 슈퍼히어로 중에서도 가장 센 힘을 자랑하는 그는 종종 헐크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인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무기 묠니르와 함께 천둥과 번개를 부르고, 지구에선 음속으로 우주에선 광속으로 날아다닐 수 있다.


북유럽신화: 마블 코믹스의 영양 공급원

<토르>에 관한 5개의 키워드

그리스나 로마신화보다는 낯설지만 북유럽신화는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지역에서는 무척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겐의 반지>가 대표적이다. 스탠 리는 북유럽신화에서 토르의 모티브를 대부분 차용했다. 천둥과 번개, 폭풍, 참나무, 힘, 파괴 등을 다스리는 신인 토르는 커다란 망치로 인간을 보호한다. 신화에서도 토르의 망치는 ‘묠니르’다. 고대 게르만족과 바이킹의 역사를 타고 현대까지 이어지는 토르는 ‘목요일(Thursday)’의 어원이기도 하다. 영화처럼 오딘의 후손인 토르는 농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신으로 숭배된다. 대지의 화신으로서 풍요로운 농사를 돕기 때문이다. 즉 가족과 마을 공동체의 삶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신인 것이다. 신화에서 하늘의 신인 토르는 땅의 여신인 지프와 결혼한다. 영화 속에서 토르가 땅으로 내려와 인간과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은 모두 신화에 기반한 것이다. 토르와 대결구도를 이루게 되는 동생 로키의 존재도 이미 북유럽신화에 있는 캐릭터다. 실제로 신화에서도 로키는 오딘이 양자로 삼은 인물이다. 신이나 거인족, 혹은 두 가지가 뒤섞인 존재로 알려져 있다. 염소, 연어, 파리 등 다양한 동물로 변신이 가능한 로키는 때론 신을 돕기도 하고 때론 신들 사이에 분쟁을 일으키는 교활한 존재로 결국 파수꾼인 하임달과 싸우다가 서로를 죽이게 된다. 북유럽신화를 전혀 몰라도 <토르>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알고 보면 더 큰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케네스 브래너: 슈퍼히어로 무비의 새로운 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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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브래너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셰익스피어’다. 로렌스 올리비에 이후 그는 감독 겸 배우로서 영미권 영화인 중 최고의 셰익스피어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쳤다. <헨리5세>를 시작으로 <헛소동> <햄릿> <사랑의 고통이 사라지다> <당신 좋은실 대로> 등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으로 5편을 연출했다. 그만큼 케네스 브래너에게 셰익스피어는 절대적인 그 무언가였다. 브래너의 이름에서 셰익스피어를 빼면 ‘제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뺄셈의 나머지가 슈퍼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와 근사치인 것도 아니다. 케네스 브래너가 마블 코믹스의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은 그래서 빈 디젤이 신파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보다 의아하고 낯설었다. 그러나 감독 케네스 브래너의 작품들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다. 미스터리 드라마 <환생>과 호러 <프랑켄슈타인>, 코믹 소동극 <햄릿 만들기>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온 그는 어릴 적 좋아했던 만화 <토르>에 대한 인상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브래너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자랐는데 매우 컬러풀하고 역동적인 이 만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며 “내가 본 토르의 첫 그림은 나무보다 더 두꺼운 토르의 팔이 나무에 묶여 있는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영화는 포장보다 내용물의 문제다. 케네스 브래너는 이렇게 말했다. “어쨌거나 사람들의 관계에 있어서 중심 문제는 비슷하다. 우리 모두 대단한 권력자들의 뒷모습에 궁금해 하지 않나. 많은 연습이 돼 있다고 해서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무척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다.”


세익스피어: <토르>의 사돈의 팔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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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브래너가 뛰어난 감독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지만 그가 <토르> 연출의 0순위 후보자가 아니었던 것은 그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셰익스피어 전문가이기에 그는 <토르> 연출에 적역이었다.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 중 유일하게 인간이 아닌 ‘신’이기에 토르를 영화로 옮기려면 시대극의 고상한 말투와 왕조의 무게감을 담아낼 수 있어야 했다. 스튜디오가 걱정했던 것은 대사의 어투가 지나치게 딱딱하거나 장식적이면 어떡하나였다.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면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블록버스터가 되기엔 힘든 일이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너의 거짓말은 뱀의 혓바닥 같구나”라는 식의 대사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원작 만화 <토르>가 북유럽 신화에서 대부분의 모티브를 차용했다고는 하지만 셰익스피어와 연관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권력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 형제가 갈등을 벌이는 내용은 여러 가지 변형을 통해 <리어왕> <햄릿> 등에서 셰익스피어도 사용했던 소재다. 하루라도 빨리 왕이 되고 싶어 전쟁을 벌이는 토르가 아버지로부터 벌을 받고 지구로 쫓겨난다는 설정이나 교활한 양아들 로키가 잔꾀를 부려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것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보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내용들이다.


어벤저스: 프랜차이즈의 완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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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는 마블 코믹스의 올스타전이자 프랜차이즈의 종합판이다. 원래 멤버는 헐크와 토르, 아이언맨, 앤트맨, 와스프였다가 캡틴 아메리카가 합류했고 이후 여러 차례 멤버 변동을 겪은 뒤 스파이더맨, 울버린, 호크아이 등이 추가됐다. 편성에 따라 다양한 멤버 구성이 존재한다. 코믹북으로 1963년 공개됐던 <어벤저스>는 현재 2012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화되고 있다. <인크레더블 헐크> <아이언맨> <토르>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인 <퍼스트 어벤저>를 순차적으로 개봉시킨 뒤 네 영웅을 모아 마지막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토르>의 크리스 헴스워스는 물론이고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벤저스> 프로젝트는 이미 수년 전부터 계획됐고 개별 작품을 통해 예고된 바 있다.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의 엔딩 크레딧 이후 영상에서는 슈퍼히어로 총괄 조직인 쉴드(S.H.I.E.L.D)의 닉 퓨리 국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또 <인크레더블 헐크>에서는 헐크를 탄생시킨 선더볼트 장군 앞에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가 나타났다. <아이언맨2>에서는 지구에 떨어진 묠니르가 나와 토르의 등장을 미리 알렸다. 마찬가지로 <토르>의 마지막에는 <어벤저스>의 등장을 예고한다. <토르> 본편에서도 브루스 배너, 토니 스타크 등의 이름을 거론함으로써 <어벤저스>의 존재를 각인시키기도 한다. 이들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스탠 리의 카메오 등장은 변함없이 팬들에겐 ‘숨은그림찾기’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토르>를 지나 <퍼스트 어벤저>를 만나고 나면 대망의 <어벤저스>를 영접할 수 있다.


10 아시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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