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감독당국의 예대율 규제가 은행의 거액예금 증가와 예금만기 단기화라는 부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제 17호)'에 따르면 5개 대형 시중은행의 거액정기예금(계좌당 10억원 이상)이 전체 정기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월말 38.1%로 2008년말(25.8%)대비 12.3%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말 26.3%에서 지난해 말 30.6%로 상승했고, 총예금에서 1년 미만 단기예금의 비중도 같은 기간 21.4%에서 27.3%로 높아졌다.
이처럼 거액예금의 비율이 단기간 동안 급격히 증가하고 만기도 짧아진 데는 감독당국의 예대율 규제가 있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08년 11월 시중은행의 예대율을 오는 2014년까지 100%로 유지키로 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
이 과정에서 은행들이 예금수신을 크게 늘려 2007년 11월말 129.3%에 달했던 예대율을 2010년말 97.9%까지 끌어내렸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거액예금과 기관, 법인자금 위주로만 예금이 증가하고 예금의 만기구조도 단기화된 것. 거액예금은 금리민감도가 높아, 은행의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 리스크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은행들이 예대율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보수적인 대출태도를 취하면서 중소기업 대출도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중소기업 대출은 전년대비 50조원이 증가했지만, 2008년에는 약 30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에는 증가액이 10조원에도 못 미쳤고, 지난해에는 중소기업 대출이 전년대비 줄어들었다.
한은은 "예대율 준수 과정에서 은행들이 과도하게 대응,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공급마저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은행이 글로벌 유동성 규제에도 적극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대율 준수 부담과 맞물려 유동성·수익성관리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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