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주요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새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측과 이번주 회동할 것이라고 2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현재 국제 신용평가시장은 스탠다드앤푸어스(S&P)·무디스·피치의 미국계 3대 신용평가사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U는 이들 3대 신평사들이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함으로써 재정적자 위기를 크게 부각시키고 유럽 경제를 흔들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내 왔다.
이에 EU는 신평사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유럽 지역 외 ‘제3국’에 본사를 둔 신평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신설된 범유럽 금융감독기관 ‘유럽증권시장청(ESMA)’의 승인 아래 더욱 엄격하고 투명한 유럽 자체 평가기준을 적용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오는 7월 1일부터 발효시킬 예정이다. 이는 사실상 유럽에 지사를 두고 있는 미국계 3대 신평사의 등급평가 남발을 규제하겠다는 조치다.
EU 당국은 현재 미국의 신용평가업무 관련 법체계가 전반적으로 유럽과 같은 수준이지만 일부 더 ‘느슨한’ 부분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EC도 지난해 통과된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 따라 시장의 신평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기업 유가증권 발행시 신용분석보고서 첨부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고 신평사 평가투명성을 강화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 관계자를 인용해 EU집행위원회와 SEC가 양측의 신용평가 관련 규정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기술적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논의될 방안으로는 미국 신용평가사들에게 법안 적용의 유예기간을 주어 미 규제당국이 관련 법규를 개정할 수 있도록 하거나, 유럽 내에 있는 신평사의 평가만 인정하겠다는 EU의 입장을 완화해 책임애널리스트가 유럽에 있을 경우 본사가 미국에 있더라도 이를 인정하는 것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신평사들과 은행들은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신평사들의 평가기준이 강화될 경우 평가대상인 은행들 역시 영향을 받는다. 유럽 은행권을 대변하는 유럽금융시장협회(AFME)는 EU의 법안 추진이 “은행들의 자기자본 충족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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