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역을 항해하던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인 한진텐진호가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을 받아 납치될 뻔하다가 14시간 만에 구조됐다. 긴급 출동한 청해부대 최영함에 의해 20명의 선원이 피해 없이 구출된 것은 다행이다. 선원들이 긴급 피난처로 대피, 침착하게 대처한 점도 돋보인다.
지난 1월 납치된 삼호주얼리호를 군사작전으로 구출한 이후 해적의 보복 가능성이 제기된 터여서 한진텐진호가 공격받았다는 소식은 큰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8차례 해적 피랍을 당한 국내 선박은 모두 중소형 선사의 일반화물선이나 벌크선이었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큰 배가 공격당한 것은 처음이어서 더욱 그랬다. 한진텐진호는 축구장 2배 크기의 6500TEU급 중형 컨테이너선이다. 일반화물선보다 운항속도가 2배나 빠르고 바닷물에서 갑판까지의 높이가 12~14m나 돼 사다리를 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공격대상이 됐다. 그만큼 해적들의 공격이 적극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경우를 교훈 삼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물론 한진텐진호가 위기를 넘긴 것은 삼호주얼리호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피랍방지책을 강화한 덕분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총기 공격을 가하자 선장 등은 즉각 엔진을 정지하고 선박안에 마련된 '시타델(citadel)'이라는 긴급대피소로 피신했다. 대피하면서 비상 경보를 해운사 측에 알렸다. 해적 습격에 대비해 연습했던 대로 대응한 것이다.
삼호주얼리호의 경우 선원들이 시타델로 대피했지만 해적이 천장의 해치를 부수는 바람에 인질로 잡혔다. 이후 강화된 기준에 따르면 각 출입문 두께의 합은 13㎜ 이상으로 외부에서 쉽게 열 수 없는 잠금장치를 사용하도록 했다. 한진텐진호는 이런 기준을 따른 덕에 피랍을 면한 것이다.
한진텐진호는 위기를 모면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호주얼리호를 진압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공격한 데다 중대형 선박을 표적으로 삼은 것 또한 예사롭지 않다. 삼호주얼리호 사건에 대한 보복도 우려된다. 모든 선사가 대피시설을 강화하고 위기대응 매뉴얼을 철저히 따라야 할 것이다. 긴급대피소에 통신망을 확충할 필요도 있다. 특히 공격에 취약한 중소 선박의 위기대응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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