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 지난 13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그룹·협력사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에서 초과이익공유제를 강하게 주장했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18일 LG그룹의 협약식에서는 일절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언급을 삼가, 그 이유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운찬 위원장은 이에 대해 "삼성그룹의 협약식에서 할 말을 다했기 때문에 굳이 이곳에서도 밝힐 이유는 없다"면서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나, 재계에서는 정 위원장이 그동안 갈등을 빚던 삼성의 안방에서 강하게 초과이익공유제를 주장하며 메시지를 전달한 후 전략을 선회, 초과이익공유제 가이드라인을 완성한 뒤 물밑작업으로 강하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양재동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열린 'LG그룹-협력회사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에서 축사를 통해 그동안 거듭 밝혔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계약관계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거론하면서,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 중소기업과 함께 발전하는 새로운 발전모델로 전환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미국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21세기 국가 혁신을 위한 7개 키워드 중 하나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의 변화를 지목했다"면서 "또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트렌드워칭'도 기업이 자사의 이익을 중시하는 만큼 사회의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지난번 삼성그룹 협약식에서 강조했던 국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불이행에 대해 열거하면서 사회 양극화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업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상장법인들이 전년대비 73% 늘어난 55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냈지만 정작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이자를 갚고 임금을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토로한다"면서 대기업이 동반성장에 앞서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지난번 삼성그룹 협약식 때 수차례 강조했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삼갔다. 정 위원장은 당시 "통상적 이익수준이 아니라 상당한 이익을 낸 경우 임직원 인센티브 외에 협력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자금을 비축해 놓고 임직원 고용안정, 교육, 기술개발 등 다양한 협력사 성장방안을 자율적으로 쓰도록 하자는 것이 '초과이익공유제'의 핵심"이라고 설명하며 "삼성이 그 선두에 서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 미래전략실장인 김순택 부회장은 협약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초과이익공유제를 도입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될 것"이라면서도, 동반성장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할 경우 따를 것이냐는 질문에는 '노코멘트'로 대응, 사실상 부정적 답변으로 정부와 재계간 갈등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 위원장은 현재 실무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이 확정되기 이전 열릴 대기업-중소기업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식에서는 재차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LG그룹 등 세 곳에서만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한 상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으로 SK그룹과 롯데그룹 등을 대상으로 협약식 체결을 이끌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재계의 대표 삼성그룹 협약식에서 초과이익공유제의 큰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따라달라고 압박한 만큼 실무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이 완성될 때까지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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