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14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 싼야(三亞)에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5개국 정상들이 모여 경제협력 및 경제문제 공통 현안들을 논의한다.
올해 3회째를 맞는 브릭스 정상회담에 남아공이 가담하면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 총리,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한 자리에 모인다.
브릭스 5개국 인구는 전 세계의 42%에 해당하며, 국내총생산(GDP) 총액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의 18%다. 전세계 교역의 15%는 브릭스 국가들이 담당한다.
회담 주최국인 중국은 브릭스 국가들의 세계 경제 영향력이 커진 만큼 서로간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통화시스템 개혁, 상품(원자재) 시장 개선, 기후변화 문제, 지속가능한 개발 등 세계 경제의 공통 현안에 대해 힘 있는 의견을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균형 성장, 에너지와 식량 문제, 무역 불균형 문제, 국제 유동성 과잉 문제, 유럽 채무 위기 등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사안들이다.
국제 사회는 브릭스 5개국 정상들이 워싱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14~15일)가 열리기 바로 직전에 모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릭스 회담이 오는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G20 회의를 앞두고 세계 경제 주요 이슈에 대한 브릭스 국가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 동안 서방 국가들에 의해 좌지우지 됐던 경제 흐름에 브릭스 국가들이 일치된 의견을 모아 힘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리비아 문제 등 국제 정치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경우 브릭스의 영향력은 경제 뿐 아니라 정치, 사회 분야로까지 확대돼 서방 국가들과 맞서게 된다.
브릭스 회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고, 중국이 회원국을 추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만큼 브릭스 국가들의 국제 사회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브릭스 국가들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가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정치 환경이 달라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한 리비아 공습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인도, 브라질, 남아공은 중동의 자유 민주주의를 향한 움직임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브릭스 국가들의 경제 규모도 차이가 크다. 중국 경제는 브라질의 세 배 규모에 달하며 인도, 러시아의 네 배, 남아공의 16배로 커져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은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중국의 빠른 위안화 절상을 바라고 있지만 위안화 환율에 대한 껄끄러운 양국 입장 차 때문에 위안화 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 놓는 것 조차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또 브릭스 국가 가운데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 브라질은 원자재 가격 상승 시기에 원자재 수출로 얻는 경제 효과가 큰 반면, 원자재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달가워 하지 않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