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카카오톡의 무료 메시징 서비스에 불만을 내비쳤던 SK텔레콤이 한 발 물러섰다. SKT가 유료화 논란을 일단락 지으면서 '통 큰 결정'을 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사용자들의 비판에 떠밀려 꼬리를 내린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SKT는 5일 망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카카오톡과 협의해 사용자 스마트폰과 서버간에 신호를 주고 받는 시간 간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때도 스마트폰과 서버가 지속적으로 '킵얼라이브(keep alive, '살아있다'는 뜻)' 신호를 주고받아 이동통신사들의 망에 부담을 줬다.
애플 아이폰에서는 메시지를 송수신할 때만 이 신호가 오가면서 상대적으로 과부하 부담이 덜하다. 킵얼라이브 신호를 주고받는 주기를 늘리면 늘릴수록 그만큼 망 과부하가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더해 카카오톡을 포함해 메시징 서비스의 메시지만 전용으로 처리하는 '푸시 서버(AOM)'도 따로 구축해 망 과부하를 막을 계획이다. AOM 증설 후에는 이용자가 몰리는 시간에 카카오톡이 멈추는 문제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SKT는 전망하고 있다.
SKT는 이같은 대책 마련으로 소비자들에게 무료 카카오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사가 상생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카카오톡은 새삼스럽다는 반응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핫라인을 개설해 SKT와 망 과부하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왔다"면서 "이통사 요청에 따라 킵얼라이브 신호도 분산해서 보내고 있고 푸시 서버 구축도 전부터 함께 의논해 온 문제"라고 말했다.
기껏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더니 SKT가 외부적으로 불만을 내비치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이제 와서 새로운 대안인 양 내놓는다는 것이다. 문자메시지 수익에 대한 미련을 못버리다가 여론의 비판에 떠밀려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카카오톡은 문자메시지 수익을 빼앗아가면서 이통사들에 '눈엣가시'였던 게 사실이다. 이통사는 SMS 1건당 20원, 멀티미디어메시지(MMS)는 30원의 수익을 얻는다. 카카오톡에서는 이같은 서비스가 무료다.
이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명"이라며 "이들이 3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쓴다고 했을 때 이동통신사들은 무려 3500억원이나 버는데 왜 우리같은 작은 회사와 싸우려고 하는 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SKT도 나름대로 사정은 있다. 문자메시지 수익이 줄어드는 문제도 있지만 카카오톡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망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카카오톡 서버에 이상이 생겨 재부팅할 때 순간적으로 망의 평균 80% 이상을 차지하는 과부하가 발생하기도 했다.
망 품질 저하는 고스란히 다른 사용자의 피해로 돌아간다. SKT는 피해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해 망 증설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SKT측이 이전에 카카오톡에 로그인할 때 발생하는 신호 등으로 인한 트래픽 증가가 망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지 살펴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T 관계자는 "SKT와 카카오톡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망 과부하 문제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카카오톡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양사가 상생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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