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세계 직원들이 부럽다." 신세계가 퇴직한 임직원 자녀의 중ㆍ고ㆍ대학교 학자금을 퇴직 후 10년 동안 지급하기로 엊그제 발표하자 샐러리맨들 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또 퇴직한 사원들로부터 "이렇게 배려해주다니… 참 좋은 회사에 다녔다"며 감사와 격려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학자금 지원 대상은 15년 이상 근속한 임원과 20년 이상 근무한 부장급 사원으로 자녀 수 제한 없이 1인당 연간 1000만원까지 입학금과 등록금 전액을 지원키로 했다. 이로써 신세계에 장기 근속한 직원들은 자녀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된 셈이다.
학비 지원이 없는 대부분의 한국 기업 현실에서 신세계가 9년 전까지 소급해 이미 퇴직한 임직원 자녀의 학비를 챙겨주기로 한 것은 근로자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파격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세계의 이런 방침은 정용진 부회장이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퇴직 후 노후대책을 많이 생각하는데 그중 자녀 학자금 걱정이 으뜸인 것 같다"며 "안정적인 삶의 여건이 갖춰져야 임직원들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 국가 복지가 허술한 반면 가구당 교육비 부담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근로자의 교육비를 대신 맡아주기로 한 신세계의 결정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이는 직원의 회사에 대한 충성도뿐 아니라 근로의욕도 높여 기업과 근로자 간 '동반 상생'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신세계 같은 기업이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는 이례적일 만큼 국민들의 반(反)기업 정서가 높다. 많은 재벌은 기업주의 자녀를 계열사 주요 주주로 만든 뒤 주력 회사의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부를 변칙 상속하거나 증여해 일반 국민들로부터 박탈감과 배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상장사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지만 일자리는 크게 늘지 않았다. 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형편은 여전히 어렵다. 근로자는 상대적인 빈곤을 체감하고 있다. 기업이 신세계처럼 이익의 일정 부분을 떼어 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고 더 배려한다면 회사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국민의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인식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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