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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진실'의 경호원?..세상을 바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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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진실'의 경호원?..세상을 바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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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아내가 오랜만에 음식을 만들었다. 늘 먹고 싶던 된장찌개다. 수저를 들어 맛을 본 당신은 순간 비위가 상했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맛이 없어, 토할 지경이야." 이렇게 말하는가. 아니면 비위 상하는 음식을 꾹꾹 참아가며 밥 한 그릇을 다 비우는가. "우리 엄마가 만든 된장찌개보다 훨씬 맛이 있군." 이런 거짓말까지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거짓말을 이용해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내거는 사람은 많아도 정직하게 세금 신고를 하는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금전적인 이해관계에 부딪힌다면 '정직'은 더욱 요원한 이야기가 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깨어있는 동안 4.8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거짓말은 때론 세상을 바꾸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런 거짓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당신은 정직한가. 4월1일은 만우절이다. '사람들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거짓말이 정말 인간관계에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역사 속 거짓말 4가지를 살펴본다.


◆10년 전쟁 한 방에 끝낸 거짓말 '트로이 목마'=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이 시작된 건 '여자' 때문이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 왕인 메넬라오스의 아내 헬레네를 빼앗아 가면서 일어난 트로이 전쟁은 10년이 넘게 계속됐다. 메넬라오스는 언변과 술수에 능한 오디세우스의 꾀를 빌려 '목마'로 전쟁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안에는 그리스 군 정예요원이 숨어 있고, 겉에는 '그리스군이 철수하면서 아테네 여신에게 바치는 선물'이라 적힌 이 목마는 시논이라는 첩자의 활약으로 트로이 성 안에 무사히 들어가게 된다. 승리의 기쁨에 취한 트로이군이 밤새워 먹고 마시는 틈을 타 목마 안에서 빠져 나온 그리스군은 단숨에 전쟁을 승리로 끝낸다. 오디세우스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 '거짓말' 덕분에 그리스는 승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미인을 얻고자 하는 자, 거짓말을 하라=백제 30대왕인 서동이 당시 절세미인으로 소문난 선화공주와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거짓말' 때문이다. 신라 26대왕인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의 용모가 아름답다는 말은 들은 서동은 머리를 깎고 중 행세를 하며 신라로 몰래 넘어온다. 서동은 그 뒤 아이들에게 노래 하나를 지어 부르게 했는데, 그 노래의 내용을 보면 '선화공주가 밤마다 남몰래 서동을 만난다'는 것이었다. 이 노래는 흘러 흘러 진평왕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화가 난 진평왕은 선화공주를 귀양보낸다. 선화공주와 서동은 귀양길에 처음 만나 연을 이어가게 되고, 백제로 건너가 결혼식을 올린다. 서동은 후에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 왕위에 오르게 되고 선화공주는 백제 30대왕, 무왕의 비(妃)가 된다. 서동이 선화공주와 부부의 연을 맺을 수 있었던 데는 대담한 그의 거짓말, '서동요'의 힘이 컸다.


◆'투명 사회'의 출발점이 된 엔론의 거짓말 =1985년 설립 이후 15년 만에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으로 올라선 엔론(Enron)의 거짓말이 세상을 바꿨다. 2001년 세계를 뜨겁게 달군 '엔론사태' 얘기다. 1986년 매출액 76달러, 2000년 매출액 1010억달러를 기록한 엔론은 2001년 그동안 자사가 감행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거짓말에 대해 실토했다. 지난 5년 동안 영업실적 가운데 적자 55억8600만달러가 계상되지 않았음을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에 보고한 것이다. 거짓으로 조작된 회계장부에 속은 많은 투자자들은 분노에 찼고, 엔론은 결국 같은 해 12월 파산 신청을 냈다. 당시 부채총액은 131억달러로 미국 연방파산법 시행 뒤 최대규모였다. 엔론의 거짓말은 기업 활동의 투명성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 냈고, 전문가들은 엔론사태를 사회 투명성 진전의 계기로 평가했다. 엔론의 거짓말은 워싱턴포스트가 2007년 보도한 '세기의 거짓말'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거짓말도 철학이다 = 영국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 지도자, 윈스턴 처칠은 거짓말에 대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좌우명이 '정직'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흥미가 당기는 얘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은 "전시에 진실이라는 것은 정말로 소중하기 때문에 가끔씩 '거짓'이라는 경호원을 대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처칠의 이러한 철학을 잘 보여주는 게 '처칠의 딜레마'다.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의 암호문 내용을 알게 된 처칠이 고민에 빠지면서 이 딜레마는 시작된다. 영국의 한 소도시를 폭파하려는 독일군의 계획을 알게 된 처칠은 소도시 사람들을 대피시키면 독일군이 암호문을 바꿔 더 큰 피해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결국 처칠은 이 사실에 대해 침묵하고, 결과적으로 소도시 사람을 비롯한 영국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된 것이다. '처칠의 딜레마' 속 거짓말을 두고 선의의 거짓말인지, 악의의 거짓말인지 논란이 많지만 확실한 건 처칠이 철학을 가지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다.




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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