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올 초 많은 증권사들은 '한국 증시 리레이팅(재평가)'과 이에 따른 강세장을 기대했다. 코스피 밴드의 상단은 2400에서 2800까지도 제시됐다. 밸류에이션은 저평가 돼 있고 수급 역시 국내증시에 우호적일 것이라는 장밋빛 진단이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27일 사상 최고치인 2121을 달성한 후 지난 15일 장 중 1880선까지 폭락하기도 하는 등 조정세를 보여왔다. 연초부터 불거진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외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예기치 못한 하락세는 제법 길게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중동 소요사태, 일본 대지진, 남유럽 재정위험. '엎친데 덮친' 악재들 속에서도 3월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했다. 악재에 면역력을 기른 코스피는 이내 상승세를 지속, 1분기 고점을 턱밑까지 쫒아왔다.
증시 전문가들은 4월에도 코스피는 이같은 흐름을 이어가며 전고점을 돌파하는 상승국면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다. 불확실성 요인들이 완화되면서 다시 펀더멘털한 요인에 기대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정장세를 거친 후 다시 '리레이팅'을 논하는 시점에서 연초와는 어떤 점들이 달라졌을까.
◆중소형주는 악재에 민감하다?= 연초 중소형주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올해에는 가계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등으로 유동성이 중소형주로 흘러넘치는 '스필오버 효과'를 발해, 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하는 등 선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2~3월 지수가 조정을 보이면서 중소형주의 움직임은 미미한 상태다. 특히 3월 들어 대형주는 6%에 가까운 강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중형주와 소형주는 4%, 3%대 상승에 그쳤다.
4월에도 대형주가 유리한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민상일 이트레이드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시장의 중소형주와 코스닥 시장에 포함된 종목들은 시장전반의 안정감이 높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좋고 위기관리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울 때' 접근하기 좋은 종목은 당연히 규모가 큰 대형주"라고 진단했다.
부정적인 대외변수들이 가져온 충격이 감소하고 단기급락으로 가격 모멘텀도 형성되면서 지수랠리를 위한 공간이 만들어졌지만, 4월에도 역시 접근할 수 있는 종목의 수는 한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건설·은행 등 내수주 지지부진..IT 이익 하향조정= 업종 면에서는 올해 건설·은행 등 내수 섹터의 강한 상승세가 기대됐다. 특히 건설업종은 이익 증가 모멘텀이 강한데다 부동산 시장 안정 수혜 기대가 작용하며 시장 대비 초과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건설업은 연초대비 10% 가량 하락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정정불안에 따른 해외사업 차질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중소 건설사들의 잇따른 워크아웃·법정관리 신청으로 업종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도 있었다. 은행주 역시 11% 가까이 조정을 받고 있다.
반도체 등 IT 관련주들 역시 '2010년 4분기 저점, 1분기 반등 기대'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1분기 이익 전망치 하향조정이 진행되며 기대감은 2분기 이후로 밀렸다.
그러나 이익 하향조정에 따른 심리적 위축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가격매력이 부각되고 있는데다 이익 모멘텀은 1분기를 저점으로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최근 IT업종에 대한 '사자'조짐이 보이고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어닝시즌과 관련해 업종·종목별 주가 차별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은행(금융)을 비롯해 소재, 에너지 등 1분기 실적이 좋은 쪽은 선취매하되 IT, 산업재 등 차후가 기대되는 쪽은 실적발표 이후에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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