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영화·게임 시장 급팽창 ‘中華 엘도라도’ 예고
지난 14일 중국 의회 격인 전인대가 12차5개년(2011~2015) 개발 계획을 승인하고 폐막했다. 미래의 중국 경제는 국부보다 민부(民富)를 우선하며, 고속성장보다 지속적 성장으로 방향타를 잡았다.
따라서 수출주도형 경제구조를 유지하면서 내수시장까지 확대하기 위한 ‘두 마리 토끼잡기’ 정책들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우선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를 4% 이내로 틀어막고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을 예년보다 낮은 연평균 7%로 잡았다.
부자나라를 지향하면서 부자국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올해부터 주요 도시의 근로자 최저임금을 평균 14~26% 올렸으며, 물가안정과 부동산 안정화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는 것도 같은 배경이다. 안정적인 내수시장 확대를 위한 조치인 셈이다.
<이코노믹리뷰>는 우리 기업들에게 또 하나의 황금어장이 될 중국내수 시장을 시리즈를 통해 분야별로 점검하고 성공적인 진출전략도 함께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 21일 한국무역협회는 25개 한국기업으로 구성된 ‘중국 내수시장 진출 촉진단’을 이끌고 중국 운남성으로 출발했다. 3박4일 일정으로 운남성, 곤명, 호북성에서 중국기업들과 함께 ‘무역투자 및 기업상담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귀국했다.
특히 곤명지역에선 지식경제부 안현호 1차관이 합류, 한중 경제협력에 힘을 실어주었다. 이번 행사의 목적은 전인대 이후 더욱 확대되는 중국 내수시장의 한국기업 진출을 돕기 위한 것.
무역협회 중국통상지원단 황규광 단장은 “중국 수출의존율이 25%에 달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세계 제2의 소비시장인 중국 내수시장 개척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WSJ도 놀란 문화산업 성장세
중국 내수시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된다. 중국 정부는 농민이나 도시서민들이 가전제품 구입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을 펼치는 등 내수촉진에 이미 발벗고 나섰다. 근로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각종 사회보장제도도 안정적인 내수시장 유지를 위해 대폭 손질된다.
특히 중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에 한 축을 담당하는 문화콘텐츠 소비시장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기대된다. 소프트파워는 흔히 정치, 경제, 군사 등 하드웨어 이미지와 달리, 언어-교육-관광-레저 등 문화에서 나오는 힘을 의미한다.
지난 1월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 시 워싱턴 시내엔 중국을 알리는 옥외광고들이 즐비했다. 중국의 스타들이 번갈아 등장하면서 중국문화를 홍보하는 내용들이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거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작년 관광산업 매출 244조.
중국이 가장 내세울 만한 소프트파워는 장구한 역사가 남긴 문화유산. 세계 주요언어로 발돋움한 중국어부터 만리장성, 자금성, 진시황릉 병마용, 돈황 등 유적지에 이르기까지 세계 어느 나라도 넘볼 수 없는 중국만의 문화콘텐츠다. 문화유적지는 내수시장 확대를 가져오는 관광산업의 중심에 있다.
최근 상해증권보(上海證券報)는 12차5개년규획 기간에 관광산업을 중점 육성, 관광 매출액을 2010년 1조4400억 위안(한화 244조 원)에서 매년 10%씩 증가시켜 2015년엔 2조3000억 위안(391조 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조3000억 위안 중 국내 관광 매출액만 1조9000억 위안이 될 전망이다. 관광 내수의 폭발이라 할 만하다.
중국의 관광청인 국가여유국은 이번 춘절에만 중국 주요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22.7% 늘어난 연인원 1억5300만 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관광수입도 820억5000만 위안(한화 약 14조 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에서 중국을 찾는 관광객들도 매년 성황이다. UN세계관광기구(UNWTO)에 의하면 중국은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국가 3위로 올라섰다. 지난해만 5598만 명의 해외관광객이 중국을 다녀간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신문망은 2015년엔 해외관광객수 1위, 자국 관광시장 규모 1위, 해외로 내보내는 관광객 수 세계 4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앞으로 5년간 관광의 산업화와 국제화, 현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관광기업의 국내외 인수합병, 증권시장 상장, 회사채 및 어음발행 등 각종 지원이 실시된다.
소프트파워의 중심 역할을 하는 중국어도 내수시장 확대를 가져오는 가장 강력한 분야 중 하 나다.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그들을 위한 학원과 대학의 부설 어학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는 바람에 제대로 된 강사 충원이 문제가 될 정도다. 게다가 세계 90여 개국에 설립되어 있는 300여 개의 공자학원에서 필요한 인력도 계속 부족한 상황이다. 북경에 있는 공자학원 총본부의 담당자는 “중국어교사가 절대부족하며 매년 1000여 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3대 영화생산국 부상
“아이들은 중국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조국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데 나의 손자조차도 울트라맨(일본산)을 보는 것을 봤다”.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애니메이션 업체를 방문하면서 한 발언이다.
중국의 영화, 드라마, 음악, 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주도권은 아직까지 외산이 장악하고 있다. 중화사상의 측면에서 보면 무척 자존심 상하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4월8일에 공산당 중앙선전부, 광전총국, 인민은행 등이 가세해 ‘문화산업종합육성책’을 발표했다.
특별 자금 지원대상은 영화, 게임, 관광, 전시회, 예술 등이다. 이번에 폐막된 전인대에서도 문화산업 정책 강화로 내수시장 확대를 확인했다. 지난 5일 원자바오 총리는 전인대 기간에 문화산업을 지주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2.5규획 문화산업 육성계획은 5월경 발표될 예정으로, 향후 5년간 문화산업의 연간 증가율 목표가 14.9%다. 차이우(蔡武) 중국 문화부장은 “문화발전을 위한 12차5개년 계획을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라면서 “중국 문화산업 부가가치가 작년의 1조 위안에서 2015년 2조9400억 위안(5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영화 내수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의 영화 제작편수는 2003년 100편 미만이었지만 2010년 526편으로 크게 증가, 세계 3대 영화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중국 영화시장은 작년 처음으로 박스오피스 매출이 100억 위안(한화 1조7000억 원)을 돌파했다. 2009년 62억 위안에 비하면 60% 이상 급신장했다.
먹고 살기 바빴던 중국의 젊은이들이 요즘엔 주말마다 극장가로 모이고 있는 현상이 부쩍 눈에 띈다. 북경에서 출판회사에 다니는 장샹위씨는 “가끔 영화 한 편은 봐야 문화인 아닌가요”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온라인게임 시장은 세계 최강
중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은 엄청난 내수시장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4억5700만 명. 그 중에서 게임을 한두 번 해본 게임인구를 절반만 잡아도 2억 명이 훌쩍 넘는다. 중국 문화부의 공식적인 게임 인구는 1억2000만 명이다.
현재 중국은 미래 세계 최대의 온라인게임 시장이며, 규모 면으로 보면 좇아올 나라가 아예 없다. 2009년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은 259억 위안(4조3860억 원)이었으며, 작년엔 349억 위안(5조9330억 원)에 달했다. 2003년만 해도 연간 20억 위안(3400억 원)에 비하면 무려 15배가 넘는 규모로 팽창한 것이다.
2010년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국산 게임의 시장점유율이 50%가 넘어섰으며 매출액에서도 60%에 근접했다. 게임 이용자들의 대중화가 확산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다.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수출 규모의 약세로 신성장동력으론 부족한 측면이 있지만 내수시장은 지방도시들의 인터넷 환경 개선, 근로자들의 소득 향상 등으로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회사인 완미시공의 츠위펑(池宇峰) 사장은 “한국의 게임산업 수출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5년 내 한국을 따라잡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문화부는 최근 백서를 통해 “온라인게임은 중요한 문화소비”라며 “이를 진작시키는 게 중앙 정부의 내수 확대 목표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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