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오페라스타 2011> 신해철, 김창렬 인터뷰
“오늘 목 상태가 좀 안 좋아요.” 17일 서울 삼성동의 한 연습실에서 진행된 tvN <오페라스타 2011> 현장공개, 신해철은 지도를 맡은 바리톤 서정학 교수에게 목 상태를 호소했다. “그래도 자기 악기의 상태를 파악하고 계시다는 건 참 고무적인 일이에요.” 데뷔 23년 차의 중견 가수가 목 상태를 잘 알고 있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겠지만, 이 장면은 오페라에 필요한 재능이 대중음악이 요구하는 재능과는 사뭇 다르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중음악과는 호흡법부터 다른 오페라는 베테랑 가수들에게도 발성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신해철과 경쟁하는 김창렬 역시 등장과 동시에 “오늘 목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로 운을 떼는 걸 보니 감을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설렘과 오페라의 매력을 알아 가는 즐거움 또한 공유하고 있었다. “보는 것도 따분”하던 오페라를 더 잘 소화하기 위해 가사에 쓰인 언어 공부를 병행 중인 김창렬, 평생 싫어하던 성악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는 신해철의 목소리에선 기분 좋은 흥분이 묻어났다.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신해철, 김창렬과의 대화를 옮긴다.
<#10_QMARK#> 두 사람 다 각자의 영역에서 자리를 확고하게 쌓은 가수들인데, <오페라스타 2011>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김창렬: 몇 년 전부터 계속 뭔가 도전하는 게 좋았다. 성취감도 있지만, 나를 보는 사람들에게 ‘쟤도 저렇게 뭔가 이루는 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주는 거 같아서 좋았다. 이것도 하나의 도전이다. 가수들이 전혀 다른 장르를 하는 도전이고,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새로운 걸 배운다는 점도 즐겁고.
신해철: 남자 가수들은 대부분 타고 난 음역이 테너인데, 나는 베이스다. 그 저음으로 헤비메탈의 고음을 불렀으니, 튜바로 피콜로 악보를 연주하는 격이었다. 내 저음은 내가 하는 음악에서는 거의 쓸모없는 음역이었으니까. 두통이 직업병으로 따라 다니는, 목을 혹사하는 창법을 구사하며 살았다. 그 저음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베이스 쪽으로 가면 덜 겔겔거리나 보자”하고 시작했는데, 지금도 엄청 겔겔대고 있다. (웃음)
“실력이 빨리 늘지 않아 짜증이 난다”
<#10_QMARK#> 노래를 한다는 점은 같지만, 두 사람의 기존 창법과 오페라 창법은 가창 방식부터가 다른데, 연습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
신해철: 대중음악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허용한다면, 성악은 클래식이 정의한 ‘좋은 소리’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차이다. 전혀 다른 분야다. 무협지 보면 사도 무공을 배우고 나면 정파 무공을 못 익히게 몸이 변하지 않나. 난 메탈계에서 사도 무공을 수련했다. 성대에 난 무수한 상처들로 연결된 굳은 살로 고음을 내는 방식을 20년 간 연마하다가, 이제 와서 다시 맑은 음을 내려니 안 되는 거다. 일단 선생님들 말씀 잘 듣고 노력은 하는데, 안 되면 생방송에서 메탈로 불러 버리고 첫 회에서 떨어지려고 (웃음) 아리아가 ‘Lazenca, Save Us’가 되는 거지. 아니면 주다스 프리스트처럼 불러 버리고 다들 경악하고 있을 때 집으로 가 버릴 거다. (웃음)
김창렬: 나는 테너 파트인데, 그것도 내 평소 창법처럼 높게 올라가긴 한다. 차이점을 말하자면 이건 찢어지는 고음이 아니라 둥근 소리인데, 호흡도 어렵고 발성도 대중음악과 너무 달라서 굉장히 어렵다. 새로운 걸 배우는 거니 재미는 있는데, 안 느니까 짜증이 난다. (웃음) 너무 안 늘어서 속상하다. 다들 그냥 편하게 하면 된다고 말씀하시는 데, 말처럼 쉬운 게 아니더라.
<#10_QMARK#> 경쟁과 평가, 탈락이라는 요소들이 부담이 되진 않나.
신해철: 대중음악이 아니라 오페라로 겨루는 경쟁이라 심적 부담이 상쇄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노래 잘 하는 사람들 틈에서 경쟁하자니 좀 그렇다. 난 스스로를 가수로 규정해 본 적이 없다. 가수란 특별한 종류의 재능과 가창력을 선천적으로 타고 난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은 따로 있다. 지금 보면 내가 제일 먼저 떨어지게 생겼다. 나는 쇼맨쉽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는데, 심지어 쇼맨쉽에서 밀리는 사람도 없더라. (웃음)
김창렬: ‘처음에 떨어지진 말자’ 싶다. 첫 회에 떨어지면 얼마나 창피하겠나. 그래도 큰 걱정은 안 하는 게, 신해철이 밑에 있어서 (좌중 폭소) 한 명 깔고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엔 그냥 ‘오페라를 배운다, 재미있게 한다’ 정도의 생각이었는데, 다른 참가자들이 너무 열심히 하더라. 따로 과외도 받는 거 같고. 난 정정당당하게, 다들 똑 같이 연습해서 경쟁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는 나도 과외를 받고 있지만. (웃음)
<#10_QMARK#> 많은 이들이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와 비교하는데, 신해철은 트위터에서 그 프로그램에 대해 시니컬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신해철: 한국 대중은 대중예술인들을 위에서 내려보는 걸 편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래서 기회를 달라고 매달리는 사람들이 나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국 시청자들 구미엔 맞을 거다. 그런데 프로 가수들마저 그런 대상이 되어야 하나. 그 점에 대해 기본적인 반감이 있었다. ‘가수 아니라고 합시다’라고 말한 이유는, 스스로를 가수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였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분들은 내가 우러러보는, ‘그래, 저 사람들이 정말 가수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다. 그 분들이 즐겁게 참여하고 있는 것 같아서 뭐라고 더 말하긴 그렇다.
<#10_QMARK#> 그래도 결국 <오페라스타 2011>도 대중의 평가를 받아서 탈락자가 생기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는 없지 않나.
신해철: 이거는 내가 지금껏 해왔던 것과 전혀 다른 분야니까, 당연히 공부하고 배울 것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내가 내 노래 부르는 걸 가지고 평가 받는 거였다면 이것도 안 했겠지.
“오페라를 보는 것도, 부르는 것도 재미있어졌다”
<#10_QMARK#> 김창렬은 어떤가.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와 <오페라스타 2011>를 비교한다면.
김창렬: 그 프로그램도 가수로서 한번쯤 해보고 싶은 프로그램이다. 다만 나는 기존에 가요를 했던 사람이니까, 이번엔 다른 장르에 도전을 해 보고 싶었던 거다. 오페라라는 게 재미있다. 예전에는 오페라라고 하면 ‘어렵다. 보기만 해도 따분하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오페라를 보는 것도, 부르는 것도 재미있어졌다. 이 프로그램을 하길 잘 한 거 같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너무 센 분들이 많아서. (웃음) 차라리 <오페라스타 2011>처럼 다 같이 처음 도전하는 게 낫다.
<#10_QMARK#> 신해철은 평소 음악작업에 클래식적 요소를 많이 도입하는 편인데, <오페라스타 2011>를 하면서 오페라에 대한 인식이 바뀐 부분이 있나?
신해철: 내 음악이나 N.EX.T의 음악에 오케스트라는 필수로 들어갔으니, 클래식하고는 꽤 가깝게 지낸 축이다. 그런데 유독 성악만큼은 모든 음악 장르를 통틀어 제일 싫어하는 장르였다. (웃음) 어렸을 땐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가 같이 부른 ‘Perhaps Love’ 같은 곡을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도대체 뭐하냐 싶었고. 도밍고 특유의 창법도, 그의 쇼맨쉽도 싫었다. 이번에 성악을 다시 접하고 성악가들의 노래를 들으면서는 눈물을 흘릴 기회가 생겼다. 후안 디에고 플로렌스의 노래였는데, 사실 내 목소리와는 극단적으로 반대 성향이다. 따라 하면서 내 공부 하려면 그 사람 노래는 들으면 안 되는데, 감동 때문에 계속 듣게 되더라. 물론 탈락하고 나면 흘리는 눈물의 의미가 좀 달라지겠지만. (웃음) 설령 첫 회에 떨어질지언정, 음악을 더 폭넓게 들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얻을 것은 벌써 얻은 셈이다. 도밍고 선생은 전혀 모르겠지만, 내 쪽에선 화해를 한 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고.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어쩌면 노래를 그렇게 잘 하는 사람이 존재하는지!
<#10_QMARK#> 주변의 반응은 좀 어떤가.
신해철: 어울릴 거 같다는 반응은 제법 된다. 그런데 잘 해낼 거 같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으하하하하. 첫 탈락도 각오해야지.
김창렬: 처음에는 DJ DOC 멤버들도 ‘네가 왜 오페라를 해?’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같이 다니면서도 연습하느라 자꾸 부르니까, 이제 (이)하늘이 형은 헤어질 때 (성악 풍으로) ‘잘 가라아아아~’ 이렇게 인사한다. (웃음) 하늘이 형도 (정)재용이도 다들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준다.
<#10_QMARK#> <오페라스타 2011>의 도전이 앞으로의 음악활동에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하나.
신해철: 크림(Cream)의 잭 블루스가 쓰는 창법이 테너에 가까운 창법이고, 그 창법이 계승되어 지금도 록의 일부로 남아 있다. 바로크 메탈에서 테너들의 음량을 흉내 내는 창법은 N.EX.T에서도 많이 사용했다. 이번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내 음악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언젠가 그게 음악으로 나타날 순 있다. 하지만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다. 그러지 않고 “분명히 표현이 될 겁니다. 반영이 될 겁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않나.
김창렬: 호흡도, 발성도, 노래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언젠가 내가 뮤지컬을 할 수도 있고, 그러면 지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당장의 목표는 최근 차린 회사에서 신인을 발굴하는 거다. 아이돌 위주인 가요계를 조금 바꿀 수 있는 팀을 만들어 보고 싶다. 장르를 오페라로 할까? (웃음)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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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이승한 fourteen@
10 아시아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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