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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 읽기'-귀스타브 쿠르베 '화가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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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 읽기'-귀스타브 쿠르베 '화가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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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화가의 아틀리에'.

'화가의 아틀리에'는 아틀리에를 다룬 작품들 중에서 베르메르의 작품과 더불어 가장 유명한 작품입니다. 작품이 지닌 시대성과 상징성 때문에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의 하나로까지 인식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풍경화를 그리는 쿠르베 옆의 누드 여인인데, 본래 아틀리에는 당시 누드를 그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풍경화 옆에 누드 모델을 세운 것은 당시 퇴폐적인 공간으로까지 인식되던 아틀리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도 보여집니다.


쿠르베를 중심으로 좌우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도 특이합니다. 쿠르베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쿠르베 오른편의 사람들은 동료 화가, 친구, 후원자들이고, 왼편에 있는 사람들은 부르주아 계급과 노동자 계급 같이 다양한 계급의 인물군이라고 합니다. 쿠르베 왼편의 젖을 먹이는 여인이나 창부는 당시 참담했던 사회현실을, 신사는 부르주아 계급을, 농부와 실업자 등은 빈민층을, 개 앞에 팽개쳐진 모자와 기타는 낭만파 예술의 몰락을 묘사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각기 자신의 일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며 작품에 무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오른쪽의 미술 애호가와 후원자들은 쿠르베의 작품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쿠르베는 이 작품에서 빈부 혹은 계급의 차이로 나뉜 인물군의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암담한 사회 현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쿠르베 자신의 위치는 좌우로 갈린 사람들을 중재할 수 있는 중재자를 뜻하고, 당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정치나 물질이 아닌 자연에 있다는 것을 그림 속 그림을 통해 시사하고 있습니다.


쿠르베에게 있어서 아틀리에는 단순히 작품을 하는 공간을 넘어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석하며 또한 반영하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후대에 이 그림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으로써의 아틀리에가 아닌 시대와 삶을 통찰하는 사실주의자의 진지한 성찰과 치열한 예술적 주제까지 담아낸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리얼리즘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쿠르베는 사실적인 화풍으로 근대 프랑스 회화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그대로 실재하고 존재하는 것만을 화폭에 담는 사실주의 기법 때문에 그는 당대에 끊임없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게다가 일체의 미적 포장을 배제한 채 고지식할 정도로 부르주아 시민사회의 이면까지 세밀하게 묘사한 탓에, 그의 그림은 불경스럽고 추악하다는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여성의 인체를 다루면 음란하다는 이유로, 시민사회의 일상을 다루면 그의 급진적인 사상까지 더해져 불온하다는 이유로 쿠르베의 그림에 대한 비난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누드화조차 쿠르베의 그림은 미적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고전적이고 우아한 것과는 거리가 먼 흐트러진 자태의 누드화가 많아 호감을 주지 못했습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의 하나로 꼽히는 '앵무새와 여인'도 대중적인 호평은 있었지만 비평가들의 눈에는 여전히 단정하지 못한 일상의 벌거벗은 여인의 모습에 지나지 않아 비판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의 고향인 오르낭을 배경으로 한 일련의 풍경화들도 어둡고 음산해서 밝고 화사한 풍경의 인상파 그림들과는 확연히 대비됩니다.


요컨대, 쿠르베에게 있어서 미술은 아름다움 보다는 '진실'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일체의 꾸밈없이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그의 그림입니다. 쿠르베에 의하면 회화란 본질적으로 구체적인 예술이며, 오로지 실존하는 것만을 표현하는 예술이라고 합니다. 다만 도식적인 아름다움을 배격하고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현실 비판적인 화가의 눈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쿠르베와 도미에 등으로 대표되는 사실주의 화풍입니다.




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tarophin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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