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 동안 제주 라마다 프라자 호텔에서는 '2011년 대학 입학사정관제 사례 발표 워크숍'이 열렸다. 워크숍 둘째 날인 10일 오후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입학사정관들의 대화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이 장관은 입학사정관제와 관련해 준비해 온 얘기들을 먼저 풀어놓고 질문을 받았다. 이날 오고간 이야기들을 뒤집어보면 지금 우리나라의 입학사정관제가 안고 있는 문제와 고민을 살펴볼 수 있다.
◆ 입학사정관제 ‘언제까지 갈까?’ ‘경제적으로는 비효율적’ = 이주호 장관은 ‘언제까지 입학사정관제가 유지될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의문에 대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이번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면 제도가 크게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이 장관도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장관은 “입시제도는 연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입학사정관제 역시 연속성 강조하려고 한다”며 2013년에서 2017년에 걸친 5개년 사업을 올해 상반기 수립해 추가적인 재정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다음 정권에서의 재정 계획이 지금 확정될 수는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와 같은 재정 지원이 있어야만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유지할 것이냐는 의문이다.
워크숍에 참가한 한 입학사정관은 “사실 입학사정관제는 경제적으로만 보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제도”라고 털어놨다. 대학들은 기존에는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지표들을 활용해 일률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해 왔다. 이는 적은 비용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는 전혀 다르다. 대학에 따라서는 10명이 넘는 전임 입학사정관을 두면서 서류 평가와 면접 평가 등을 진행해야 한다. 이들에게 지출되는 인건비는 고스란히 대학의 몫이다. 지난해 교과부가 입학사정관제 운영과 관련해 대학에 지원한 350억원 가운데 60% 가량은 인건비로 지출됐다.
◆ 정규직 비율 21.7%에 불과 50%로 높이겠다지만... =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가 바로 입학사정관들의 신분 문제다.
현재 전국 입학사정관들의 정규직의 비율은 21.7%에 불과하다. 입학사정관들의 모임인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입학사정관의) 신분안정화는 올해 중점을 두고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라며 “정규직 비율이 21.7%로 집계되고 있는데 50%까지 늘리기 위해 예산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를 위해 내년도에는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100억원 가량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계획에도 불구하고 회의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당장 대교협 관계자부터 “50%까지 정규직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본다”며 “국립대학의 경우 공무원 정원배정을 바꾸려면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필요하고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정관을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수도 아니고 직원도 아닌 새로운 자리이므로 기존의 교직원노조 등과의 알력이 만만치 않은 것도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 제재 대학이 사례발표 촌극.. 추가 지원 요청은 ‘거절’ = 대학의 책무성이나 입학사정관제 운영 규모·범위 등도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우수 사례를 발표한 대학들이 교과부로부터 입학사정관제 관련 제재를 받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워크숍 기간 중에 교과부는 지난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지침을 위반한 대학 5곳(고려대, 광주과기원, 가톨릭대, 서울대, 카이스트)의 지원금을 국고로 일부 환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려대와 서울대, 가톨릭대를 비롯한 이들 대학들은 이번 워크숍에서 우수 사례 발표 대학으로 나섰다.
어떤 대학에서 얼마나 입학사정관제를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도 모호하다. 교과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방의 소규모 대학들에게도 지원금을 줄 생각이 없느냐는 물음에 이 장관은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주요 대학과 지방 거점 대학 중심의 60개교 지원이라는 큰 틀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가 주요 대학 일부 전형에서만 의미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를 양적으로 늘리는 것 보다는 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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