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지난 12일 오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1호기 폭발사고로 방사능 누출과 피폭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체르노빌원전사고와 같은 양상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일본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잠정적으로 4등급"이라고 밝혔고 폭발 사고가 우려됐던 3호기의 냉각수 수준이 회복되고 통제 장치가 작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간 나오토 총리는 물론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7등급 체르노빌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제에너지기구(IAEA) 및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유럽연합 원자력안전국(NEA)등은 원자력시설에서 발생한 사건의 규모를 알기 쉽도록 국제적인 공용의 사건등급(Event Scale)을 도입해 이를 '국제 원자력 사고ㆍ고장 등급(INES)으로 부른다.
등급별로는 0등급(경미한 고장), 1등급(단순고장), 2등급(고장), 3등급(심각한 고장, 이상 고장), 4등급(소내 위험사고, 방사성물질의 소량 외부방출), 5등급(소외 위험사고 방사성물질의 한정적인 외부방출), 6등급(심각한 사고, 방사성물질의 상당량의 외부방출), 7등급(대형사고, 방사성물질의 대량 외부방출) 등으로 나뉜다.
후쿠시마가 잠정 4등급이라는 것은 원자력발전소 원자로 소내의 위험사고인데다 소량이 외부로 방출됐기 때문이다. 발전소 외부까지 확산되고 방출이 많아질수록 등급이 올라간다. 일본은 이전에 4등급 원전사고를 경험했었다.
1999년 9월 30일 10시 35분에 일본 핵연료사(JCO) 도카이 공장에서 핵임계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우라늄을 질산에 녹이는 과정에서 농축도 18.8% 우라늄의 취급 제한치인 2.4kg을 초과하는 16kg을 작업자가 규정 및 공정절차를 무시하고 침전조에 넣어 발생됐다. 핵임계 상태는 다음날인 10월1일 새벽 4시30분에 해소됐으나 3명의 작업자가 과피폭돼 이 중 2인의 작업자는 사망했고 주민보호조치에 따른 영향을 받은 인원은 약 31만명에 이른다.
1980년 프랑스에서 발생한 생로랑원전사고도 4등급이었다. 1979년 발생한 미국의 스리마일섬(TMI) 원전 사고는 5등급, 1986년 발생한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7등급으로 역대 최고 등급의 사고였다. 두 사고 모두 노심용융(멜트다운)으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러나 스리마일 섬은 방사성 물질의 누출을 막는 '격납용기'가 있었지만 체르노빌은 없어서 피해가 컸다.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보다는 스리마일 섬 사례에 가깝다. 1986년 4월26일 발생한 체르노빌사고로 방사성 물질 구름이 1km까지 치솟았고 20일 동안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고 유럽지역까지 퍼졌다. 방사성 물질 피폭으로 1년 이내 사망한 사람은 28명이었지만 2005년 9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체르노빌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로 인한 사망자가 4000여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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