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가가 2%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뉴욕증시가 동반 급락을 기록했다. 유가 급등에도 나름 잘 버티던 뉴욕증시가 오히려 유가가 급락하면서 동반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
인플레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펀더멘털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가 이뤄졌다는 판단이다.
중동 불안이 여전한 가운데 잊고 있었던 '빚더미'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악재가 나오면서 펀더멘털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생겨났다.
무디스가 유럽 재정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스페인에 대한 신용등급을 강등시켰고, 향후 추가 강등 가능성도 경고하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빚더미'에 대한 우려를 되살려 놓았다. 미국의 2월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미국도 재정위기의 덫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프루덴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투자전략가는 "예상외의 중국 경제지표 악재,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오는 11일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시장이 요동쳤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중국은 수출이 급감하면서 11개월 만에 예상외의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수출 급감 소식은 충격이었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 시위를 하루 남겨둔 상황에서 유가가 납득하기 힘든 급락을 기록한 것도 중국의 수출 감소에 따른 영향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구겐하임 증권의 앤드류 브레너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무역적자로 인해 경기 둔화 시나리오가 부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요 둔화 우려로 유가 뿐만 아니라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았다. 경기 회복과 인플레 우려로 급등 우려가 높았던, 그래서 이번에는 분명히 4%선을 돌파할 것으로 여겨졌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되레 3.3%선까지 하락했다.
크로스비는 "시장의 분위기가 분명히 바뀌었다"며 "매도하기보다는 매수하고 악재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하는 것이 시장의 추세였는데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2월 무역적자가 중국 최대 연휴인 춘제 때문은 아니었는지도 고려할 필요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제나처럼 이번 급락도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샤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라이언 데트릭 선임 애널리스트는 "증시가 2% 가까이 급락했음을 감안하면 변동성 지수(VIX)가 크게 오르지 못 했다"며 "이러한 사실은 옵션시장은 실제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포지수인 VIX는 8.21% 급등해 21.88로 마감됐다.
이날 다우지수 하락률(1.87%)은 지난해 8월11일 2.41% 이후 최대였는데 당시 VIX는 13.5% 상승한 바 있다.
데트릭은 "VIX 200일 이동평균선(21.92)이 저항선이 될 것 같다“며 ”이번이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