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청사진을 미리 볼 수 있는 연례 행사인 양회(兩會)가 지난주에 막이 올랐다. 중국경제의 글로벌 위상이 격상되면서 매년 3월 초에 경제정책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중국 최고 정책 자문 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쏠리는 국제적 관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전인대는 향후 5년의 중국경제설계도와 다름없는 12차 5개년 발전계획이 최종 확정된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양회의 핵심 화두는 크게 '민생'과 '성장방식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치솟는 물가, 집값 등 '발등의 불'도 꺼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득분배 개혁, 신흥산업 육성 등을 통해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 외수에서 내수로의 구조적 전환을 위한 장기적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은 새로운 이슈보다 과거 수년간 계속 다뤄왔던 과제들이다.
사실 중국이 균형발전과 내수확대 등을 골간으로 하는 구조개혁에 착수한 것은 2006년에 11차 5개년 규획을 내놓을 때부터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대대적인 농촌 지원과 지역발전 정책에도 빈부격차가 더욱 벌어졌고,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밖에 계속되는 부동산 규제에도 집값의 고공행진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전인대의 핵심 방향은 결국 과거 달성하지 못한 목표를 되풀이하는 '탁상공론'이 아닌가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몇 가지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첫째 구조전환에 대한 정부의지가 더욱 확고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3년간 견지해 오던 '바오파(保八)'정책을 포기하고 7%라는 보수적 성장률 목표를 제시한 것은 체질개선의 결심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장 인플레 압박, 집값 폭등, 소득분배 악화 등의 문제로 민심이 흔들리고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절박감, 그리고 경기부양에 따른 투자확대로 심화된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긴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둘째 금융위기 이후 중국경제의 빠른 회복으로 충분한 자금과 시장수요 등 구조전환을 위한 좋은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셋째 정책이 더욱 다각적으로 추진되면서 구체화되고 있는 점이다. 개인소득세 조정, 임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올리는 등 수치화된 목표가 제시됐고 공무원 평가 항목에서 GDP 대신 민생관련 지표를 강조하는 것도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소득재분배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며, 기득권자와 충돌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향후 5년 동안 내생적 성장이라는 큰 목표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다만 앞으로 내수시장 확대와 함께 가공무역 비중 축소, 임금상승 가속화, 환경규제 강화 등 변화가 예상되며 부동산 규제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변화가 한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 목표의 하향 조정은 당장 경제성장의 급락보다 연착륙을 시도한다는 뜻이 더 강하지만 기존의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탈피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가공무역 기지로 여기고 있는 한국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중 수출구조가 중간재 위주에서 소비재 위주로 바뀌지 않은 한 수출감소도 예상된다. 아울러 민부(民富)정책의 일환인 임금상승을 비롯해 전반적인 경영환경의 악화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30여개 성ㆍ시의 최저임금이 이미 20% 안팎 올랐고, 신흥산업 육성책에 따라 산업 부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중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는 중국, 이에 대비하는 한국 기업들의 전략 전환이 요구되는 때다.
썬쟈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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