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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겨울의 늪이 녹아 우포의 봄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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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생명길 8.4km를 걷다-봄소식에 새들이 화들짝 물살을 가르고 쪽배는 유유히 풍경화속으로

[여행]겨울의 늪이 녹아 우포의 봄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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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1억4000만년 억겁의 세월을 이겨낸 우포늪이 새벽을 연다. 해가 막 떠오를 무렵 우포는 봄의 서정을 그려낸 한 폭의 그림이다. 펜화처럼 서 있는 나무 위로 붉은 기운이 번지는 하늘 향해 기러기들이 날아 오른다. 쪽배 한 척이 물안개 피어오르는 수면을 미끄러진다. 장대로 노를 저을 때마다 황금빛 물결이 부서진다. 큰고니의 자맥질에 가지를 드리운 왕버드나무가 파르르 온 몸을 떨며 아침을 맞는다.


봄의 초입, 경남 창녕 우포(牛浦) 생명길을 걸었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에 꽁꽁 얼어 붙어 숨 죽였던 우포늪의 생명들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왕버드나무 아래 수줍게 숨어 있던 물새들이 화들짝 놀라 날갯짓을 하고, 잠에서 막 깨어난 개구리가 물속으로 뛰어든다. 싱그러운 봄바람에 억새가 겨우내 쌓였던 회색빛 먼지를 떨어낸다.


우포는 1억4000만년 전에 자리를 잡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자연 습지다. 쉽게 말해 물에 젖은 땅, 늪이다. 여의도 3배 정도에 소벌(우포), 나무벌(목포), 모래벌(사지포), 쪽지벌 등 4개로 이뤄져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신한다고 팔색조, 천의 얼굴을 가진 늪 등의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다.

[여행]겨울의 늪이 녹아 우포의 봄을 깨운다

우포는 '생명의 보고'다. 습지의 생명력을 지켜보는 데는 여름이 최고다. 밀생한 수생식물 군락들이 수면을 뒤덮고, 왕버드나무들이 온통 진초록으로 물들 무렵의 우포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하지만 '봄 우포'의 빼어남도 못지않다. 새순이 돋은 나무들은 펜화처럼 서 있고 그 아랫도리쯤에 낮은 물안개가 자욱하다. 수면을 자줏빛으로 물들이는 자운영의 화려한 풍경을 마주치면 곧 '봄 우포'의 매력에 빠지게 될 터다.


사실 우포늪에 '걷는 길'이 생기기 전까지는 그 매력을 미처 알지 못했다.


우포의 그림 같은 사진에 반해 찾아왔던 탐방객들도 늪지를 보며 '에이, 저수지잖아'라고 실망하고 돌아서기 일쑤였다.


그랬으니 우포의 진면목을 만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최근 늪지 주위를 돌아보는 '우포늪 생명길'이 만들어지고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여행]겨울의 늪이 녹아 우포의 봄을 깨운다


그 길에 올라서본 이들이 비로소 우포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된 것이다. 생명길을 걸어보면 곧 알게 된다. 걸어서 찬찬히 돌아보는 우포가 차에서 내려 흘낏 바라보고 지나쳤던 곳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우포늪 생명길은 주차장이 마련된 우포늪 생태관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그림같은 풍경에 먼저 취하고 싶다면 목포제방에서 시작하는 것이 더 낫다.


우포늪에 아침이 찾아왔다. 네 늪 중에서 목포를 향해 달린다. 장재마을로 향하는 삼거리에 비경이 있다. 대여섯 그루의 왕버들이 밑동의 반은 늪 아래로, 나머지 반은 물 위로 드러낸 채 그 자체로 한 폭의 동양화를 완성한다.


새벽부터 목포제방에 진을 쳤던 사진가들이 일제히 카메라셔터를 누른다. 새벽일을 나선 어부의 쪽배가 물안개 속에서 불쑥 나타났다. 봄의 새벽을 깨우며 물질을 하는 어부의 모습은 몽환적 분위기의 풍경화속 주인공이다.


목포를 지나 모곡제방에 이르자 쪽배 서너 척이 정박해 있는 소경을 만났다. 우포에는 허가를 받은 마을 주민 8명만이 고기잡이를 할 수 있다.

[여행]겨울의 늪이 녹아 우포의 봄을 깨운다


전망대, 대대제방을 거쳐 키 큰 미루나무가 인상적인 사지포에 닿는다. CF와 영화 촬영지로 이름 높다. 4월에는 수면을 온통 자줏빛으로 뒤덮는 자운영의 자태가 환상적이다.


지금은 큰기러기떼들과 고니들로 가득 덮여 장관을 연출한다. '촤아~'소리를 내 물고랑을 만들면서 물 표면에 올라탄 새들은 텀벙텀벙 물질을 한다. 유영을 마친 뒤에 날아올랐다가 다시 '촤아~'소리를 내며 내려 앉았다. 사냥 중일 것이다.


우포늪 환경감시원인 주영학 노인은 "우포의 4개 늪 가운데 사지포에 가장 많은 철새들이 날아든다"고 했다.


탐방객들에겐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새들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천혜의 탐조터다.


사지포는 지름 1~2미터 크기의 가장 큰 수생식물인 가시연꽃군락지다. 가시연은 세계적으로 한 종밖에 없는 희귀식물로 잎에는 온통 가시가 돋아있다. 보랏빛 꽃이 아름다운 가시연꽃은 9월에 수줍은 듯 꽃을 피운다.

[여행]겨울의 늪이 녹아 우포의 봄을 깨운다


어느새 해는 중천을 향해 간다. 주매제방에서 본 우포의 들판에 파릇 파릇 새싹이 돋아나는 풍경도 정겹다. 가야 할 길이 짧아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이윽고 길은 원점인 목포제방으로 되돌아온다. 넉넉하게 4시간이 걸렸다.


우포는 보통 늦가을에 찾으라고 한다. 이는 철마다 다른 얼굴을 지닌 우포에 대한 모욕이다. 당연히 사계가 지닌 아름다움이 있다. 언제 어느때 찾아도 우포는 억겁의 세월 지녀온 시간만큼 지그시 그자리에서 맞아 줄것이다.


우포늪(창녕)글.사진=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에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여주갈림목에서 중부내륙고속도를 타고 가다 창녕IC로 나간다. 이후 교차로에서 우회전 후 이정표를 따라 15분 거리에 우포늪생태관이 있다.


목포벌은 1080번 지방도를 따라 이방면사무소쪽으로 가다 우포늪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면 된다.

[여행]겨울의 늪이 녹아 우포의 봄을 깨운다


생명길 코스- 생태관-0.6km->대대제방입구-1.3km->토평천유입-1.3km->사지포제방갈림길-0.47km(숲탐방로)->소목마을주차장-1.8km(숲길,목포제방)->목포제방갈림길-1.1km(사초군락)->갈림길-1.1km->대대제방입구-0.5km->생태관 총8.4km. 3~4시간소요.


[여행]겨울의 늪이 녹아 우포의 봄을 깨운다

△먹거리=우포늪에는 붕어요리를 하는 집들이 많다. 그 중 사지포제방 들기 전에 있는 우포횟집(055-532-2088)은 붕어찜과 매운탕을 맛깔스럽게 낸다. 영산면 죽사리의 도리원(055-521-6116)은 대나무통밥과 오리훈제 등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가을이면 100여종류의 약초 장아찌를 전시판매한다.


△볼거리=창녕의 진산인 화왕산은 억새평원으로 잘 알려져있다. 정상에는 선사시대 화산활동으로 생긴 분화구 3개가 남아있다. 부곡온천은 유황을 비롯해 무기질이 풍부한 온천수가 나오는 전국 최대온천지구다. 화왕산 기슭에 자리한 관룡사와 용선대석조여래좌상은 꼭 들러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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