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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없는 FTA는 ‘그림의 떡’

희창물산, 경동나비엔 등은 기회로 삼아 회생…금괴 원산지 속인 무역회사 2곳은 문 닫기도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FTA시대, 겁내지 말고 기회로 삼자] / (3) FTA 대응 성공 사례, 실패 사례

규정 알고 잘 활용하면 이익 챙길 수 있어···세관 컨설팅 받는 게 효과적
FTA, 잘 모르면 ‘독’···원산지증명서 속이면 '세금폭탄에 벌금'까지 물어


기업에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FTA(자유무역협정)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약이지만 잘못 쓰면 독이다. 규정을 알고 제대로 활용하면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그렇잖으면 엄청난 손해를 입게 돼 FTA 활용과정을 익혀 꼼꼼히 챙겨야 한다.

관세청은 지난주 서울 COEX에서 열린 ‘FTA박람회’ 때 FTA 성공사례, 실패사례를 동영상과 판넬로 보여줘 인기였다. FTA가 이론이나 정보가 아니라 무역에 당장 써먹는 수단이란 것이다.


박람회 때 소개된 내용들이 기업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어서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 기회로 삼아 성공한 사례들=농·수산물과 일반 가공식품을 수출하는 부산의 희창물산. 이 회사는 FTA를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1980년에 세워져 미주, 유럽, 중동 등지의 20여 나라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으로 FTA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 회사는 외국의 값싼 수산물에 밀려 가격경쟁력이 뚝 떨어졌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FTA 인증수출자 지정’. 부산본부세관의 컨설팅으로 가공수산물의 품목별 인증수출자로 인증 받아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새 시장도 개척할 수 있었다.


지난해 50만 달러였던 매출액을 올해는 6배인 300만 달러로 늘려 잡아놓고 있다. 올 들어 영국에 새 매장을 열고 수산물가동품 및 젓갈류공장도 증축, 생산량이 크게 불어났다.


이 회사 대표는 ‘FTA 전도사’로 부산수산물협회 회원사에 ‘인증수출자제도’를 알리고 있다.


보일러 및 온수기 전문회사인 경동나비엔도 FTA 활용 성공기업으로 꼽힌다. 1978년에 설립돼 20여년 국내 수출 1위를 달렸지만 FTA를 잘 몰랐다.


최근 몇 년 사이 가격경쟁력이 뚝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동업계 전체수출액 중 이 회사가 차지하는 점유율도 낮아졌다.


경동은 평택세관 검증팀의 FTA컨설팅을 받았다. 물론 공짜였다. 결과 관세청의 원산지관리시스템 ‘FTA-PASS’ 설치·운영과 원산지관리조직을 갖췄다. 원재료를 대어주는 협력업체들에 대한 관리협력 방안도 만들었다.


원산지관리의 전문지식 부족, 일부 원재료의 원산지 확인 불가능, 원산지 관리조직 및 전산시스템 미비문제가 풀렸다.


효과는 올 들어 바로 나타났다. 가격경쟁력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로 수익이 쑥쑥 올라갔다. 유럽 쪽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60% 늘 전망이다. 가격경쟁력도 20% 이상 높아져 알짜 영업이 기대된다. FTA가 ‘보일러 영토 확장’의 시작이자 기회로 삼은 사례다.


이밖에 환 헤지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쓰나미로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서광무역이 FTA 인증수출자로 해외시장을 개척, 회생을 꾀하고 있다.


FTA 원산지검증을 잘 대비한 현대모비스, 원산지관리시스템을 갖춰 활용한 LG전자 등도 성공사례기업으로 본보기가 된다. 관세청은 지난해 12월14일 서울 COEX에서 ‘FTA 활용 성공사례 경진대회’를 열어 성공노하우를 알렸다.


◆ 규정을 어기거나 몰라 실패한 사례들=이들 기업과 달리 FTA 규정을 어기거나 잘 몰라 무역에 실패한 사례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금괴가 스위스 것으로 둔갑해 세금폭탄을 맞은 일이 있다.


2007~2009년 사이 서울의 K무역 등 14개 수입회사들이 걸려들어 2곳은 아예 문을 닫았다. 세금에다 조사까지 받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이다.


실패의 싹은 최근 몇 년 사이 국제금값이 오르면서 비롯됐다.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을 통해 스위스와 FTA가 맺어지자 3%의 관세를 줄이고 싶은 욕심이 화를 불렀다.


남아공에서 생산된 낮은 순도의 금을 스위스에서 가공, 원산지를 가짜로 적어 FTA 특혜관세를 적용하다 들통이 났다. 이들 회사들은 150억원의 관세를 추징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실패사례는 외국회사에서도 있어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 글로벌기업인 미국의 포드자동차는 원산지증명서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 벌금폭탄을 맞았다.


문제는 1996년에 일어났으나 조사를 받은 건 2001~2007년이다. 멕시코 현지에서 차를 만들어 수입하면서 FTA를 통해 관세혜택을 봤지만 미국 세관의 원산지검증에 대비하지 못해 420억원의 벌금을 맞았다.


미국 세관은 원산지검증 때 태만이나 부주의로 드러날 땐 손실액의 2배, 중과실은 4배, 사기행위가 있을 땐 8배의 벌금을 물림으로 기업들이 조심해야 한다. 준비 없는 FTA는 ‘그림의 떡’이란 교훈을 준다.


왕성상 기자 wss4044@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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