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자원부국 경영론’
선대 이어 자원개발 사업에 강력한 오너십…
투자·매출 1조 달성 퀀텀 점프 ‘엘도라도’
한국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은 자원빈국(資源貧國)이다. 세계 10위 에너지 소비국이며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약 97%에 달한다. 자원무기화, 자원민족주의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자원 확보는 ‘애국’으로 가는 길임은 분명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래서 ‘자원부국’의 대망(大望)을 품었다. 평소 ‘현장경영’으로 이름난 그는 해외 시장도 마치 ‘안방’처럼 누빈다. 자원이 있는 곳은 찾아 무조건 발로 뛴다. ‘광부’ 복장으로 광산에도 직접 들어간다.
때론 민간 외교가도 자처한다. 페루 대통령과 여러 번 ‘독대’하며 페루 LNG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1960~70년대 경제개발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해외 건설 현장을 지키던 그 시대 ‘경제역군’의 아우라까지 감돈다.원유에서 광물까지, 또 가까운 중국에서 지구 반대편 호주까지 SK그룹의 자원 영토 확장의 꿈은 지칠 줄 몰랐다.
자원 개발 매출·투자 1조 원 시대를 연 최태원식 글로벌 자원 경영은 이미 ‘날개’를 달았다. 이제 훨훨 날아갈 일만 남았다. <편집자 주>
설 연휴도 잊은 2주였다. 무려 지구 한 바퀴를 돌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0일까지 스위스-브라질-호주로 이어지는 해외출장 강행군을 치러냈다. 글로벌 자원 개발 사업의 일환에서다.
첫 행선지는 스위스였다. 최 회장은 30일 세계 최고의 에너지 관련 기업과 기업인이 모이는 스위스 다보스포럼 ‘에너지 서밋’ 세션에 참석했다. 이곳에서 그는 에너지 분야의 기술 발전 동향 등에 대해 참석자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브라질과 호주에선 직접 자원 사업 현장을 둘러봤다. 브라질은 제2의 ‘골드러시’라 불릴 만큼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세계적인 지하자원 부국이다. 최 회장은 브라질 최대 자원그룹인 EBX그룹의 아이크 바티스타 회장부터 만났다.
지난해 EBX그룹의 철광석 계열사에 대한 투자로 두 그룹 간 밀착교류에 첫 물꼬를 틀었던 터였다. 이번 방문에선 다양한 상호간 자원 협력 방안을 논의, 장기적인 협력관계의 발판을 마련했다.
마지막 행선지는 호주였다. 최 회장은 SK의 석탄개발 사업이 한창인 ‘앵구스 플레이스(Angus Place)’ 탄광 광구를 직접 찾았다.
헬멧과 모자를 착용하고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SK는 ‘앵구스 플레이스’ 이외에도 ‘클라렌스(Clarence)’ ‘샤본(Charbon)’ ‘스프링베일(Springvale)’ 등 총 4개 석탄 광구에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해 광구별로 5~2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연간 지분 생산량은 200만t에 달한다. 현지 채굴 현장을 점검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하는 그의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최 회장은 호주에서 LNG 전문기업인 산토스사도 찾았다. 호주의 LNG 개발 방향과 최근의 프로젝트 동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 이를 통해 SK그룹은 LNG가스전 및 플랜트 개발·운영, LNG 수송, 집단에너지 사업 등 LNG와 관련한 모든 밸류체인의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최 회장이 글로벌 자원 영토 확보를 위해 호주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SK의 해외 자원개발 범위는 아프리카를 제외하고 북미, 남미, 중앙아시아, 유럽, 호주 대륙까지 아우르게 됐다.
과감한 투자 자원부국 경영 본 궤도로
최 회장의 해외 현장경영 드라이브의 파워는 셌다. 지난해 SK그룹의 자원 개발 연간 매출은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SK이노베이션의 해외 석유개발 매출이 7771억 원, SK네트웍스가 투자한 중국 북방동업의 구리 생산 등 자원 개발 매출이 2900여억 원이다.
SK그룹의 자원 개발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3년. 7년 만에 10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투자도 과감했다. 일명 ‘통큰’ 투자였다. 지속적인 투자 확대만이 성장과 도약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은 SK그룹의 경영 원칙이기도 하다. SK는 지난 2005년 자원 개발에 1300억 원을 쏟아 부은 이후 지속적으로 그 규모를 확대해갔다.
2009년 9000억 원에서 지난해엔 1조3000억 원까지 늘려 처음으로 ‘1조 원 투자 시대’를 열었다. 최 회장은 자원 개발에 대해 확고한 의지와 소신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아예 ‘자원 부국(資源富國)’을 경영 방침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자원 확보를 통해 국부(國富)를 늘려나간다는 포부인 것이다.
여기에 발맞춰 올해에도 전년 대비 30%나 늘어난 1조7000억 원을 자원 개발 등에 투자키로 했다. 그룹 전체 투자금액 10조 5000억 원 가운데 16%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만우 SK㈜ 브랜드관리실장은 “최태원 회장은 미래성장 동력으로서의 자원확보는 SK의 경쟁력 뿐 아니라 국가의 경제 발전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자원 개발은 SK의 미래를 책임질 강력한 성장축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LNG에 이어 광물자원 확보 시동
SK의 자원 개발은 ‘양적 성장’과 ‘질적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목표다. 이에 기존의 원유와 천연가스 중심에서 철광석 등 광물 개발로 확대했다.
SK이노베이션이 중동, 중남미 등을 중심으로 원유 및 천연가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SK네트웍스가 중국, 호주, 카자흐스탄 등지에서 철광석, 석탄, 구리, 아연 등 광물 개발로 이를 뒷받침하는 식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9월 브라질의 유력 철광석 기업인 EBX그룹의 MMX사와 7억 달러 규모의 대형 투자 계약을 맺었다. 한화로 1조 원에 육박하는 국내 철광석 자원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번 브라질 철광석 투자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면서 글로벌 유력 자원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을 얻었다.
앞서 1월에는 캐나다 CLM사와 향후 10년 동안 1000만t의 철광석을 확보하는 장기 구매 계약도 체결했다. SK 관계자는 “이는 자동차 6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막대한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SK는 지난해 중국 현지 법인인 SK차이나를 출범시키며 글로벌 경영을 강화한 바 있다. 또 중동지역에서는 플랜트 건설 및 전력설비 구축 사업 등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을 갖고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SK차이나, 중동의 플랜트, 중남미의 자원 개발을 통해 SK그룹은 ‘3중’의 글로벌 지역 공략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코노믹 리뷰 전민정 기자 pu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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