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미얀마 정부가 자국 식품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쌀 수출을 금지했다.
이는 최근 중동 지역의 정정 불안으로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서 식품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운송비 부담까지 가중돼 물가 안정을 위해 취한 조치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 미얀마 상공회의소 “국내 식품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을 우려해 쌀 수출을 금지한다”면서 “정부는 식품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는 한때 주요 쌀 수출국 가운데 하나였지만 1960년대 사회주의 체제를 선택한 이래 쌀농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쌀의 품질과 생산량이 떨어지며 주요 쌀 수출국 대열에서 제외됐다.
미얀마는 현재 3000t 쌀 수출시장에서 100t가량의 수출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도 쌀의 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쌀을 수입하는 북한과 서아프리카 국가들에만 쌀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자국 이익을 위해 농작물 수출을 금지한다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식품 수출 금지로 자국의 식품 가격을 안정화시킬 순 있지만 다른 물건 값에 영향을 미쳐 다른 부문에서 인플레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월 식품가격 지수는 전달보다 2.2% 올라 8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 식품가격 지수를 조사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FAO는 “최근 중동국가 불안으로 원유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식품가격 지수는 더 높게 오를 것”이라면서 “세계적인 곡물 공급 역시 원활히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태국, 베트남과 같은 쌀 주요 생산국들이 풍작을 거둬 수출제한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태국 쌀수출협회장인 추키아트 오파스워그세는 “태국과 베트남의 쌀 농작물 생산이 충분하다”면서 “태국은 다음달 쌀 200만t, 베트남은 올해 2억5000만t의 쌀 생산을 기대하고 있어 두 나라 생산만 합산해도 세계 쌀 시장의 50%에 가까운 양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얀마에선 군부정치가 야기한 불안으로 물가가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미얀마 정부는 주식인 쌀의 가격을 안정화시켜 물가 상승을 최소화하기 위해 쌀 수출을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미얀마는 5000만명이 사는 가난한 국가이기 때문에 식량 문제에 민감하다”면서 “특히 독재적인 군부정치는 국민에 대한 인권침해로 고소당한 데다 반정부 시위 반란의 위험이 오랫동안 존재했기 때문에 물가 불안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 무역업자는 “지난달 미얀마 내 쌀 가격이 15%가량 상승하자 쌀 수출 금지를 실시한 것”이라면서 “지난 3주간 디젤 가격이 40%이상 오르는 등 원유 가격의 상승이 운임 비용을 올려 곡물 가격 상승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미얀마 상공회의소는 “미얀마의 수출금지는 지난 2월 25일부터 시작됐으면 적어도 4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라며 "국내외의 정치 상황이 안정되면 7월 말부터 쌀 수출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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