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리비아 사태가 악화되면서 한국인 근로자와 교민들의 대탈출이 시작됐다. 현지 진출 한국기업은 정부와 협조하며 전세기편이나 육로 등을 통해 리비아 탈출 계획을 잡고 있다.
대우건설은 24일 트리폴리 지사에 있는 가족 14명과 직장 내 교육훈련(OJT)을 받고 있는 신입사원 1명 등 15명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이들은 정부가 24일 오전 9시(한국시간 16시)부터 투입하는 이집트 항공기 특별전세기를 이용해 철수할 계획이다. 이집트 항공은 카이로~트리폴리를 운항하는 정기편으로 260석 규모다.
대우건설은 단 발전소 등의 대규모 공사현장에 있는 직원들은 아직까지 대피 계획을 세우진 않았다. 당분간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어렵더라도 현지 군 병력과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사는 일단 중단된 상태지만 생각보다 현지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고 한다"며 "현장 직원들은 본사와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비상 대책 마련하며 추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지 주민의 습격사건 후 트리폴리 남쪽 외곽에 위치한 마무라 지역 아파트공사 현장으로 이동한 신한건설 직원들도 전세기편으로 탈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곳 공사현장 주변은 바리케이드가 쳐 있는 상태며 지역 원로들이 불침번을 서며 지켜주는 상태다. 신한건설 관계자는 "다행히 트리폴리 지역 치안이 좀 안정됐다고 한다"며 "현재 전세기 탑승을 신청 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23일 본사에서 급파한 대책반이 트리폴리 지사에 도착한 현대건설도 현지 직원들 안전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벵가지 송전선 공사현장에 있던 직원 17명만 인근 대우건설 발전소 공사장으로 대피시킨 상태며 나머지 지역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했다.
시위 사태가 심각한 리비아 동북부 도시의 건설현장에 고립됐던 한국 직원들은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벵가지 북동쪽의 데르나 지역에 있던 원건설 직원 1039명이 24일 아침 육로를 통해 이집트에 도착했다. 이 중 한국 근로자는 39명으로, 이들 중 일부는 수속을 마치고 이집트로 입국했다. 이들은 차량 10대(밴 1대, 미니버스 1대, 트럭 8대)로 이동했다. 데르나 현장에 잔류하고 있는 인력(한국인 14명, 외국인 476명)도 이날 중 육로를 통해 이집트 국경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 오후 토부룩 지역의 공간GTS 직원 9명도 이집트 국경으로 탈출에 성공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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