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리비아 출렁이는 세계경제
산업계 對중동 수출 피해 현실화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리비아를 비롯한 중동국가의 민주화 사태로 우리 기업의 대중동 수출 피해가 현실화 되고 있다.
23일 한국무역협회와 코트라(KOTRA),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는 리비아의 경우 우리 수출품목의 선적 보류, 바이어와의 연락 두절로 거래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중고차 수출 업체인 G사는 한국에 상주했던 리비아 바이어의 대부분이 사태 발생 직후 자국으로 돌아가 현재 거래가 중단된 상태다. 또 다른 중고차 수출업체인 D사는 현지 바이어와 연락이 중단돼 미수금 30만달러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자동차부품업체인 I사도 리비아 거래처와 연락이 두절돼 지난주 컨테이너에 실려 보낸 수출 물량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다가 미수금 규모도 총 40만달러에 달한다.
리비아내 건설중장비용 유압브레이커 시장 점유율 1위인 K사는 현재 100만달러 규모의 제품 선적이 보류된 상태이며, 바이어와 연결이 안되고 있다. 리비아 전문 무역상사 H사도 현지 수입통관이 중단돼 다음달 인도하기로 한 현대자동차 및 현대중공업 등 기계류ㆍ건설장비ㆍ의약품 수출 선적을 중단했으며, 추후 계약건도 이행이 보류됐다.
이들 업체들은 중동지역, 특히 리비아 수출 의존도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어려움은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소량을 판매해 왔으나 시위로 인해 시내 중심가의 전자 대리점이 일제히 문을 닫아 판매가 중단돼 상황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동지역 수출액은 283억6900만달러였으며, 품목별(MTI 4단위 기준)로는 승용차 66억1500만달러, 선박 18만4500만달러, 자동차부품 11억3900만달러, 합성수지 11억3400만달러, 화물자동차 11억1000만달러의 순이었다.
중동은 여러 국가로 나뉘어 있으나 언어와 종교가 같고 물품 거래량도 단일시장처럼 자유롭게 이동하기 때문에 관세청 통관을 기준으로 한 특정 국가의 교역 규모는 실제 시장 상황을 100%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리비아를 비롯한 이집트, 예멘, 이란, 바레인,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등에서 번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가 다른 국가로 확대될 경우 현지 국가들의 원유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져 유가 급등을 초래하고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중동발 사태가 중국 등 타 지역으로 확산된다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할 만한 경기 불황이 우려된다"며 "아직은 이렇다할 피해나 악영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을 놓고 사업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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