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바보들아, 중요한 건 정책 타기팅(targeting·조준)이야'
'무상급식' 문제가 불러온 복지철학 논쟁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 수 거들고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제 복지 프로그램은 보편성과 선별성을 양 끝점으로 둔 그래프 내에 존재해 양분하기 어렵다"는 것. 그래서 "재정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정치 논리대신 명확한 정책 조준에 따라 복지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아울러 "대다수의 국가들이 보편적, 혹은 선별적 복지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손자에게도 공짜 밥을 먹여야 하느냐'는 논란은 애초부터 결론이 나지 않을 소모적인 명제라는 의미다. 21일 '복지정책 조준의 개념과 필요성' 보고서에서 KDI 윤희숙 연구위원과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은 여러 나라의 복지 정책을 분석해 이렇게 조언했다.
연구팀은 "각 복지 프로그램이 담당해야 하는 기능에 따라 상대적 특성이 결정될 뿐"이라며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하는 논란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어 "중요한 건 개별 프로그램 차원에서 목표와 제도를 일치시키는 '정책조준'"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례도 짚었다. 이들은 복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서구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많은 나라가 항구적 긴축 시대에 돌입했다는 인식을 나누면서 정책조준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급여 수준과 기간을 다시 정하고, '일해야 지원한다'는 유인 장치를 두는 등 정책조준을 강화해 왔다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의 원인을 '실용적인 접근'에서 찾았다. 이들은 "재정의 파탄을 막으면서도 복지 제도의 핵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편성이나 선별성 같은 추상적 원칙 대신 프로그램별 정책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따라서 "우리나라도 복지정책 수립과 운영에 정책조준을 강화해야 한다"며 "전체 복지제도가 보편성 또는 선별성을 지향해야 하는지는 사전적으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필요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나타내는 데에 초점을 두고 개별 프로그램의 정책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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