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제주유나이티드FC의 성적향상 비결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인드를 심어준 것입니다."
10일 SK이노베이션 사업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구자영 사장은 축구경영론을 설파했다. SK이노베이션 사장이자 제주유나이티드FC 구단주를 맡고 있는 구 사장은 이날 축구와 경영의 공통점을 꼽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축구든 경영이든 의욕적이고 자발적인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래야만 창의적이 플레이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제주유나이티드FC 역시 구단주, 감독, 코치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선수 개개인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어 "창의는 아인슈타인 같은 발명가만의 몫이 아니다"며 "누구나 창의가가 될 수 있으며,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조직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허용하는 문화가 '창의 인재'를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개인이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필요하며,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용해 한 방향으로 수렴할 수 있는 '다양성 존중의 문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자유에는 당연히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자율과 책임이 균형을 맞출 때 성과도 따라온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한 예로 제주유나이티드FC는 SKMS 교육, 기록갱신·대표 발탁 격려 행사 등 선수단이 자율적으로 목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코칭 스태프와 사무국 직원이 정기적으로 경기력 향상 회의를 열기도 한다.
간섭을 배제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도록 배려하니 성적도 쑥쑥 올라 K리그를 장악하는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제주유나이티드는 구 사장이 구단주를 맡은 지난해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이 아쉽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1위라는 목표가 있어 2위도 좋다"는 말로 화답했다.
구 사장은 최근 독일 분데스리가로 이적한 구자철 선수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는 "맨 처음 구 선수가 이미 스위스 클럽과 입단 서명을 하고 구단 동의를 받으러 왔을 때 내가 가지 말라고 했다"며 "유럽축구 3대리그라면 모를까 일단 한국의 축구스타로 인정받으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자유계약 선수가 되기 전에 스위스 이적하면 이적료를 챙길 수도 있었지만, 애정있는 선수의 발전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을 한 것이다. 앞서 러시아에서도 비싼 몸값을 제의했는데 동일한 이유로 반대했다. 이후 독일 이적 제의에는 흔쾌히 OK했다.
축구와 경영의 공통점으로 스피드와 민첩성을 꼽은 그는 "SK이노베이션과 제주유나이티드 모두 창의적 플레이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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