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2011시즌 일정 발표가 또 다시 미뤄졌다.
당초 지난달 말 예정됐다가 이번 주, 다시 다음 주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세계적인 투어가 연말이면 이미 이듬해 일정을 공표한다는 점에 비추어 늦어도 너무 늦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는 다음 주에는 이미 태국에서 개막전을 치르며 대장정에 돌입하는 시기다. KLPGA는 이에 대해 "스폰서와의 세부 조율 문제로 부득이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선수들에게는 그러나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한국골프는 지난해 LPGA투어와 일본 남녀프로골프, 아시안(APGA)투어까지 한국을 제외하고도 4개 투어에서 상금왕을 배출하는 등 사상 최고의 르네상스시대를 맞고 있다. 올해는 김비오와 강성훈 등 '차세대 기대주'들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입성해 머지않아 지구촌 골프계 전체를 섭렵할 기세다.
선수들 역시 매년 겨울이면 아시아를 떠나 미국과 호주 등 전 세계에서 동계훈련을 펼치며 예전과 다른 대대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이런 선수들에게는 투어 일정을 빨려줘야 '몸만들기'와 더불어 한국 이외의 투어스케줄까지 효율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한국과 일본, 또는 한국과 미국 무대를 병행하는 등 '두 마리 토끼사냥'을 선언한 선수가 유독 많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아예 3월 초 이사회를 통해 투어 일정을 확정하기로 정례화하고 느긋한 태도다. 선수들의 원대한 포부와 달리 두 단체의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상대적으로 극에 달하고 있는 장면이다. 투어 일정 확정이 늦어질수록 초청선수 확보가 그만큼 더 어렵고, 그래서 '흥행'에도 차질이 빚어진다는 점은 간과한지 오래다.
물론 이들 두 단체의 "1개 대회라도 더 늘리기 위해서"라는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스폰서가 될 기업들은 대부분 다음 회계년도가 돌아오기 전에 예산을 편성한다. 연말이면 예산 집행이 대부분 확정되고, 1, 2월에는 제아무리 분주하게 움직여봐야 달라질 게 별로 없다. 앉아서 시간만 축낼 게 아니라 한 발 앞선 발빠른 마케팅을 전개하라는 이야기다.
국내 투어의 경우 일정이 발표된다 해도 실제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해마다 일정표에는 '00오픈'과 '미정(未定)CC'가 부지기수다. 오죽하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대회를 개최하는 기업은 '00기업'이고 골프장은 '미정CC'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을까. '한류골프'의 비상을 위해 프로관련단체들도 달라질 때가 됐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선수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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