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저성장과 고물가에 허덕이고 있는 영국에서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BOE)의 머빈 킹 총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8일자 보도에서 킹 총재가 영국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초래했으며,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무시한 채 영국 정부의 재정적자 대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이유로 규탄받고 있다고 전했다.
2004년부터 BOE 총재를 맡고 있는 킹 총재는 지지 부진한 경제와 높은 인플레이션 사이에서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에 맞춰 금리 인상을 꺼려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영국 경제의 전망이 어둡다면서도 문제의 원인을 세계 경제 침체 탓으로 돌리며 금리정책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달 열린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지도자들이 유로존 부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통일된 정책을 마련한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임으로써 그의 인플레이션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독일과 프랑스는 세금과 연금 개혁에 초점을 맞췄고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다른 국가들은 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킹 총재는 지난달 연설에서 영국의 고물가와 실업률을 진정시키는데 자신의 능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식품과 에너지 값이 오르는 데다 파운드화 약세로 수입품값이 비싸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떤 통화정책도 생활수준 하락은 금융위기와 이후의 영국과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반드시 치러야할 대가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중앙은행 총재로서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회장이자 BOE 전 통화정책위원회 위원인 디안느 줄리어스는 "킹 총재의 발언은 지나치게 수세적"이라면서 "그는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금리를 인상하지 않으면서도 영국의 은행들에게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라고 촉구했다"고 비난했다.
나아질 기미가 없는 영국 경제도 그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을 더욱 거세게 할 전망이다. 지난 4분기 영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년래 최고치인 3.7%를 기록, 중앙은행 목표치 2%를 크게 웃돌았다.
또한 정부지출을 800억 파운드(약 1300억달러)를 감축할 올해 영국 국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따라서 그에 대한 비판의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진퇴양난에 빠진 영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비난을 받고 있는 킹 총재가 금리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된다.
이의원 기자 2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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