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시승차량은 출시가에 30% 할인...VIP 의전차는 희소성으로 귀한 대접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짧게는 하루, 길어야 일주일. 하지만 ‘누가 첫 시승’을 하느냐에 따라 몸값은 확 달라진다. 시승차의 엇갈린 운명이다.
자동차 업계는 신차 홍보를 위해 기자나 동호회, 일반인, 유명인 등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갖는다. 이때 동원되는 차량은 브랜드와 대상, 시기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국산차가 수입차보다 많은 편이다.
현대차그룹은 신차가 나오면 한번에 수십대를 시승차량으로 제공한다. 한 시승자가 테스트할 수 있는 기간은 하루에서 일주일까지. 테스트가 끝나면 다음 시승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방식으로 한 두달간 시승행사가 펼쳐진다. 최근 출시된 신형 그랜저는 100대 이상이 시승차량으로 나섰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증거다.
반면 수입차는 시승차량이 서너대에 불과하다. 1주일에 두명 정도가 시승한다고 쳐도 전체 시승행사는 6개월 가까이 걸린다.
기자나 일반인 대상 시승이 끝난 차량은 출시가보다 최고 30%까지 할인돼 내부 직원 등에 판매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승차는 짧은 기간이지만 거친 테스트를 받기 마련이어서 가격이 저렴하다"면서 "대부분은 내부 직원들에게 판매되거나 업무용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시승차를 대여하는 경우도 있다. 르노삼성은 시승에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렌트카에 판매한 뒤 일정 기간 빌려온다. 시승이 끝나면 렌트카 업체가 가져가므로 '뒤처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같은 시승차라도 국제 행사에 대여된 차량은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테스트가 목적이 아닌 탓에 차량 상태가 깨끗한데다 ‘누가 탔던 차’라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제공된 의전차량들도 행사가 끝나기도 전 매진되는 인기를 누렸다.
BMW코리아는 1억8000만원에 판매되는 '뉴750Li' 34대를 G20 의전차로 제공하면서 차 후면에 G20 엠블럼을 부착했다. 이 차량은 각국의 영부인들이 이용했다는 의미가 더해지면서 행사 시작 전 판매가 완료됐다. 판매가는 차량 상태에 따라 3~5%가 할인됐다.
아우디코리아가 의전차로 제공한 뉴A8도 G20 엠블럼을 비롯해 알칸타라 헤드라이너, 20인치 휠 등 고급사양들을 대거 추가했다. 원래 가격은 1억6482만원이지만 3%의 감가상각이 적용돼 절찬리에 판매됐다.
현대차가 G20 정상회의에 제공한 에쿠스 60여대도 사전 예약에 1000명 이상이 몰려 하루만에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여기에는 G20를 상징하는 아날로그 시계, 차량용 매트, 실내슬리퍼, 키홀더 등이 추가돼 품격을 높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의전차량은 특별한 의미와 희소성 때문에 일반 시승차와는 확연히 다른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