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아시아 금융허브를 꿈꾸는 상하이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홍콩 때문에 울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중국 자본을 유치하고자 IPO를 결정할 때 상하이 대신 홍콩을 택하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증시 상장을 결정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Prada)와 세계 최대 상품 트레이더인 스위스 글렌코어(Glencore)가 홍콩과 상하이 둘 중에 어느쪽이 더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가능성이 있는지를 명백하게 구분해 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보도했다.
프라다와 글렌코어가 각 업계에서 글로벌 선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홍콩증시에서 대규모 IPO에 성공할 경우 업계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홍콩 상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프라다 이사회는 이탈리아, 런던 등 유럽 주식시장 보다 홍콩 상장을 먼저 고려하게 된 이유에 대해 "중국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개방돼 있어 더 광범위한 투자자들을 모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홍콩이 상하이 주식시장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글로벌 기업들의 홍콩행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상하이 보다 홍콩에 상장하는 것이 더 높은 기업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상하이종합지수의 경우 2009년 8월 이후 현재까지 21%나 떨어졌다. 정부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 정책을 펴고 있어 주식시장 회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홍콩 항셍지수의 경우 같은 기간 14%나 오르며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홍콩 주식시장의 경우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중국 경제 성장 가능성이 더 높게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IPO 물량이 몰리며 지난해 뉴욕, 런던 등 금융 선진국보다 더 활발한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했던 홍콩은 올해에도 여전히 세계 1위 IPO 시장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WSJ은 다만 중국 소비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내 인지도 상승 효과와 정부와의 원만한 관계 구축을 위해 홍콩 대신 상하이를 택할 가능성도 큰 만큼 언제까지 홍콩 주식시장의 매력이 상하이 보다 우선시될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아일랜드발 유로존 위기, 북한의 연평도 포탄 도발 등으로 홍콩증시가 높은 변동성에 휩싸였던 지난해 11월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홍콩증시 상장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바람에 홍콩 IPO 시장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 바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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