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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중무장 하는 선박···화물·선원을 지켜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41초

은폐시설 갖추고 강력한 물 대포 장착
해적 여부 확인 가능한 레이더 시스템 구축


[배 이야기] 중무장 하는 선박···화물·선원을 지켜라 삼성중공업 직원들이 업계 최초로 개발한 ‘해적 퇴치 통합시스템’을 활용해 선상에서 물대포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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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삼호주얼리호 납치·구출사건을 계기로 선박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박은 갖가지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데, 그중에서도 해적의 출현은 화물은 물론 선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까지 이른 상태다.

그렇다고 민간 소유의 선박에 군인이 탑승하거나 무기를 장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무장을 한 선박의 입출항을 자유롭게 해줄 국가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해적 출몰시 배 안에 몸을 은닉할 수 있도록 선박에 ‘선원 피난처’(Citadel) 설치를 의무화하고, 위험해역 항해시에는 민간 보안요원들을 반드시 탑승토록 하는 방안을 골차로 한 ‘국제항해 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원 피난처는 선박 안에 설치된 특수 신변보호구역으로 기본적인 식량과 식수, 통신수단을 갖추며, 해적들이 나타날 경우 선원들은 피난처로 몸을 숨긴 뒤 하루 이틀 버티며 우리 해군의 구출작전을 기다릴 수 있다.


상당수의 대형 선사들은 이같은 선원 피난처를 설치하고 있으나 중소형 선사들은 자금문제를 이유로 이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난처 설치비용은 2∼3억원에 달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따라서 조선사들은 최초 선박 설계 단계에서 이같은 해적 퇴치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인데, 국내 대형 조선사들도 이를 개발해 선주들이 원할 경우 이러한 시스템을 설치해 주고 있다.


◆삼성重, 통합 시스템 개발= 삼성중공업은 최근 세계 최초로 삼성중공업은 해적선의 판별과 추적, 퇴치에 이르는 전과정을 조타실에서 수행할 수 있는 ‘해적 퇴치 통합시스템’을 개발해 시운전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항해정보 분석을 통한 해적선 판별 ▲고화질 나이트 비전을 통한 추적감시 ▲물대포 원격제어 등 해적 감시와 퇴치에 필요한 핵심기술과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했다.


현재 선박에 장착된 레이더는 주변 선박의 위치만 확인할 수 있지만 삼성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레이더 기술은 선박으로부터 10km 이내에 있는 배들의 거리와 속도, 이동방향 등을 분석, 해적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자동 판별할 수 있다. 해적선으로 추정될 경우 선실에 경보를 주는 동시에 ‘표적추적 기술’을 이용해 선박의 위치를 추적한다.


시각 감시 장비인 ‘나이트 비전’은 레이더의 위치정보를 이용해 해당 선박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영상으로 보여주며 야간에는 고화질의 적외선 영상으로 선박을 추적한다.


해적선을 따돌리는 데 실패했을 경우 경우에는 최대 수압 10bar(1bar는 1.019716kg/㎠의 압력)의 물대포를 발사해 해적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10bar의 수압은 1㎠당 10kg 이상의 힘이 가해지는 높은 압력으로 유효 사거리는 70m에 달하며, 40~50m 거리에서는 해적선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기존 물대포는 선원이 갑판 위에서 직접 조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해적의 총기 공격에 노출될 수 밖에 없었지만, 삼성중공업의 통합시스템은 폐쇄회로TV(CCTV)를 이용해 선원들이 조타실 등 안전한 장소에서 물대포를 원격 제어할 수 있어 안전하게 해적의 승선을 방지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로이드리스트 등 해외 조선해운 전문지에 광고를 게재하는 등 국내외 선주사를 대상으로 기존 선박에 대한 판촉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앞으로 거제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모든 선박에 해적 퇴치 통합시스템을 기본 옵션으로 제공해 운항 안전기술의 차별화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重, 개인화기로 손상 불가= 현대중공업은 자체적으로 ‘선원 피난처 시스템’(citadel system) 설계를 마치고 위험지역을 항해하는 선주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해적에 선박이 나포시, 선원들이 인질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갑판 밑에 선원 전원이 일정기간 생활할 수 있고 외부와의 통신이 자유로운 은신처다. 은신처에 있는 동안 외부에서의 구출작전이 인질 등에 방해 받지 않고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특히, 은신처는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선실과 달리 갑판 밑에 은폐돼 있으며, 개인화기로는 파손이 불가한 두꺼운 이중 문으로 이루어진 데다 이런 문 2~3개를 통과해야 이를 수 있기 때문에 해적들의 접근이 불가한 구조로 돼 있다.


[배 이야기] 중무장 하는 선박···화물·선원을 지켜라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요새형 선실 통행로'


◆대우조선해양, 요새형 선실= 대우조선해양은 선박 건조 계약시 기본적으로 선주와 선박 보호를 위한 시스템 적용 여부를 옵션으로 제시해 협의를 한다. 선주가 원할 경우 물대포를 장착하거나 아니면 데크 하우스 외벽에 특수 필름을 발라 방어력을 높이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 하역설비(FPSO)와 같은 해양 플랜트는 바다 위에 정지해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적들이 손쉽게 공격할 수 있는 목표물이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은 해적들의 침입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FPSO에 적용하고 있다.


즉, 과거에 건조된 대부분의 FPSO는 해양 설비를 해저면에 고정하기 위한 ‘무어링 라인’과 원유를 뽑아 올리는 ‘라이저’가 선체의 양 옆에 구조물 형태로 설치돼 있다. 해적들은 이러한 구조물에 여기에 갈고리를 걸고 구조물을 타고 올라다니곤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하는 FPSO는 이러한 구조물을 선체 내부, 즉 바다와 맞닿아 있는 밑부분에 설치했다. 또한 해적들이 아무리 갈고리를 쏘아 올려도 갑판에는 걸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도록 설계했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8년 기존 선박 선실 외부 통행로를 선실 내부로 설치하는 새로운 개념의 선실 구조를 조선업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출원 했다.


기존 선실 통행로는 외부에 설치돼 우천이나 폭풍시 선원의 이동이 어려운데다 최근 빈번히 출몰하는 해적 등 위험한 외부환경에 노출 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대우조선해양이 특허출원한 ‘요새형 선실 통행로’는 선실 외부 통행로를 내부로 넣고, 선실과 조타실을 연결하는 통로를 쉽게 차단하여 보안을 강화했다.


이 구조는 선원들의 안전한 통행로를 확보와 외부의 침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안정성을 크게 높였다. 특히 극지를 운항하는 선박의 경우 안전한 이동을 위해 외부통행로가 얼지 않도록 별도의 난방장비를 설치해 운항해야 하는 애로사항도 개선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요새형 선실 통행로는 선주사와의 계약변경 등을 통해 이미 발주한 선박에 적용하는 한편, 순차적으로 모든 선박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이노벨라’= STX조선해양은 지난 2008년말 특허 출원한 선실 디자인 브랜드 ‘이노벨라(Inovella)’의 안전 시스템을 앞으로 건조할 선박에 확대적용하기로 했다.


이노벨라 디자인이 적용된 선실은 해적이나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인 ‘선실 계단 폐쇄 덮개’가 설치돼 있다. 이 덮개는 선박 계단 통로를 신속하게 폐쇄해 외부인의 침입으로부터 선실 구역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소말리아 해역을 비롯해 해적 상습 출몰지역인 인도양을 항해하는 선박은 전세계적으로 1만여척에 달하고 있으며, 해사 전문 기관들은 현재 29척의 선박과 700명이 넘는 선원들이 해적들에게 붙잡혀 있는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각국 해군들이 호위를 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선박들은 납치 위협에 노출돼 항해를 하는 상태다.


따라서 향후에 운용되는 선박에는 자체 방어력을 갖춘 무장한 선박이 바다를 누빌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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