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소정 기자] 전세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세대란이 그 이유다. 이에 따라 전세를 포기하고 '부분월세'로 전환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부분월세'란 전세와 월세의 중간단계로 전셋값에서 얼마간의 보증금을 낸 후 그 나머지 금액은 월세로 내는 방식이다. 이사 갈 전셋집이 없다보니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선택한 방법이다.
반면 집주인들은 이를 반기는 기색이다. 전세를 내주고 전셋값을 몽땅 은행에 넣어둬도 일년동안 3%, 많아도 4%의 이자밖에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부분월세'를 놓으면 적어도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이 결국에는 임대시장을 월세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 비율의 감소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세비율은 전달 56.8%에서 56.2%로 줄었고 보증부월세는 40.8%에서 41.2%로 늘었다.
잠실동 인근 G부동산 관계자는 "요즘 '부분월세'물건 비율이 전세물건 비율의 약 2배 정도 된다"며 "저금리인 상황에서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놓아도 별다른 수익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례로 잠실리센츠 전용면적 82㎡의 전세금 4억원을 모두 은행에 넣는다면 월 120만원(3% 금리적용 시)의 이자 수익이 생긴다. 이를 '부분월세'로 전환해 내놓는다면 보증금 2억원, 월세 100만원으로 은행이자까지 합쳐 수익금은 160만원이 된다. 부동산 관계자는 "돈이 당장 급하지 않는 이상 어느 누가 전세로 물건을 내놓겠느냐"며 고개를 저었다.
치솟는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오른 전세금은 월세로 전환하는 '부분월세'도 있다. 특히 입주 2년된 서초구와 송파구 등의 아파트 단지가 주 대상으로 지난해 가을 이후 급격하게 늘어났다.
신천동 the#스타파크 191㎡에 살고 있는 J씨의 경우가 그렇다. 2008년 10월 3억4000만원의 전세로 들어왔는데 2년 후 재계약 할 시점이 되자 전셋값이 5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다른 전셋집을 구하기도 마땅치 않고 '1억7000만원'이라는 추가금을 낼 돈이 없어 일정부분은 월세로 내기로 했다.
서울 반포에 사는 K씨도 기존에 살던 130㎡ 아파트를 재계약하면서 '부분월세'로 바꿨다. 당초 전셋값은 3억7000만원. 이번에 집주인이 요구한 금액은 4억2000만원이었다. 이에 K씨와 집주인은 보증금 3억7000만원, 월세 35만원으로 합의하고 다시 2년의 계약을 맺었다.
집주인들은 월세를, 세입자들은 전세를 선호하면서 월세물건이 '부분월세'로 절충되는 사례도 있다. 월세 중심의 임대시장인 오피스텔과 원룸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부분월세' 계약을 맺은 D씨는 두달동안 이사 갈 전셋집을 구했지만 맘에 드는 물건을 발견하지 못했다. D씨는 "전세물건도 없고 맘에 드는 물건은 모두 월세였다. 이러다가는 집을 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드는 집주인에게 '부분월세'로 바꿔달라고 사정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월세 80만원 30㎡의 원룸을 보증금 5500만원, 월세 25만원의 '부분월세'로 바꾼 것이다.
이호연 부동산114 과장은 "전셋값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전세난까지 겹쳐지면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중장기적으로 보증금은 그대로거나 줄어들면서 월 임대료가 올라가는 식으로 임대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소정 기자 moon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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