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1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박명수와 일반인의 일일 인생 체인지를 소재로 한 '타인의 삶' 특집을 선보였다.
이날 방송에서 박명수는 재활의학과 의사 김동환씨와 서로 일일 인생 체험에 나섰다. 박명수는 하루 동안 매니저와 코디 없이 의사로서의 삶을 체험했다. 의사 가운을 입고 의학용어로 진행되는 회의 참석은 물론 회진, 외래진료, 대학 강의 스케줄 등을 소화하며 엉뚱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정작 이날 방송에서 인생 체인지보다 더 주목받았던 장면은 '무한도전 클래식 일일 체험코스'였다.
'무한도전 클래식 일일 체험코스'는 '일일 박명수'를 위해 제작진이 준비한 코너. 김동환씨가 직접 과거 '무한도전' 멤버들이 도전했던 추억의 미션들을 희망했던 데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씨는 멤버들과 함께 혹독한 예능신고식을 치르면서도 '퀴즈의 달인-아하' '무모한 도전' 등 과거 무한도전의 과거 포맷에서 능글맞은 연기를 펼치며 녹화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동시에 '무한도전 클래식'을 통한 즐거운 웃음은 과거 '무한도전'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무한도전'의 전신인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 '무한도전 퀴즈의 달인' 등은 한 때 시청률이 4~5%밖에 나오지 않던 조기종영대상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꾸밈없고 솔직한 웃음, 독특한 캐릭터와 상황극으로 꾸준히 마니아층을 형성해나갔고, 결국 국민적 인기를 얻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이후 '무한도전'은 2008년을 기점으로 기존의 일회성 특집에서 벗어나 장기 프로젝트와 공익성 위주의 포맷을 채택했다. 이러한 변화는 '무한도전'이 예능의 영역 밖이라 여겼던 의미의 재발견과 시사성을 끌어들일 수 있던 원동력이었다.
가스유전에서 새해 인사를 하며 바다 한가운데서 고생하는 노동자들의 애환을 소개했다. '식객특집 뉴욕편'은 한식의 세계화를 몸소 실천했다. '봅슬레이 특집' '레슬링 특집'은 비인기 스포츠의 애환을 보여줬다. '나비효과'는 지구온난화 위기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져줬다.
그런 무한도전의 변화된 포맷은 웃음뿐 아니라 다양한 의미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했다. 어느 때엔 의제실정 기능까지도 수행했다. 특히 심각한 사항도 예능의 웃음코드에 녹여 자연스럽게 다가갔고, 멤버들의 체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주기도 했다.
이런 무한도전의 변화와 노력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어떨 땐 과거 무한도전의 악동같은 웃음기 가득한 모습도 그리울 때가 있다.
'농촌특집'에서 노홍철이 고구마를 들고 뛰다 자신의 옷에 걸려 넘어지고, '김장특집-무한뉴스'에서 유재석의 열애설을 공개하며 웃음을 줬다. 이날 방송 초반 재현된 '일찍 와주길 바래'로 나타나는 멤버들의 솔직한 모습도 '무한도전'을 보는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알래스카' 특집에서 차태현과 멤버들이 아옹다옹하던 상황극, '체인지'에서 유재석이 박명수로 변신한 모습은 시청자를 포복절도케 했다. '슈퍼스타' 티에리 앙리를 데려놓고 물공을 던질 수 있는 것도 '무한도전'만 줄 수 있는 재미였다.
한 때 30%대를 자랑하던 높은 시청률이 한풀 꺾였던 계기가 '인도특집'이었던 점 역시 곱씹어 볼 만하다. 당시 현지에서의 갖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웃음'과 '의미'를 동시에 챙기려 했던 것에서 오는 시청자의 괴리감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청자들 역시 방송 중 트위터 등을 통해 "'아하' 퀴즈를 다시 해도 정말 재밌을 것 같다" "무모한 도전 시절이 늘 그리웠다" "역시 무한도전은 평균이하들의 발버둥이 재미"라며 과거 포맷의 재현을 반가워했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과거 '무한도전'의 단순하고 원초적이지만,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던 시절을 좋아했다는 뜻이다.
무한도전은 지금껏 그랬듯 점점 더 발전적인 모습을 지향할 것이다. 시청자들 역시 이에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때로는 '무한도전 클래식'처럼 황당하고 유치한 포맷이지만 그 안에서 웃을 수밖에 없게 만들던 초창기 시절 웃음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패셔니스타 김태호PD도 가끔은 아버지 양복 같은 클래식한 수트가 끌릴 수 있는 것처럼.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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