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미국 수출입은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이드라인을 어기면서까지 수출 지원에 나섰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 정부가 국제 무역규정을 준수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美) 수출입은행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파키스탄 정부의 150개 디젤 기관차 매입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4억7700만달러의 대금 가운데 4억3700만달러를 수출금융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수출금융은 상환기간 12년, 위험 수수료 8.2%의 조건으로 파키스탄 철도청에 제공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조건이 ‘OECD 공적수출신용 가이드라인에 관한 협약’을 위반한다는 것이다.
1978년 OECD 회원국들은 국제 무역질서 왜곡을 막기 위해 수출금융과 조건부 원조에 관한 국제 규범에 합의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상환기간은 최대 10년을 넘을 수 없다. 또한 파키스탄에 제공되는 수출금융의 위험 수수료는 규정에 따라 계산했을 때 최소 21% 선이다.
미 수출입은행이 이처럼 초강수를 둔 것은 최대 상품 수출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특히 중국은 OECD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OECD 규정보다 매우 낮은 수수료로 수출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서도 8%대의 수수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수출 확대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수출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미 수출입은행은 지난 10년간 중국의 수출금융이 G7(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의 얌체 행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처음으로 OECD 가이드라인을 어기며 수수료를 중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춘 것은 미국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보여준다.
프레드 호크버그 미 수출입은행장은 “당신(중국)이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미국)도 마찬가지”라면서 “(중국의 행태를) 더 이상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품은 자체의 품질로서 평가받아야 하며, 수출금융이 시장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된다”며 “중국산 기관차는 GE보다 30~50% 싸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산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015년까지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약했다. 중국은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최대 걸림돌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절하하고 있다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역시 문제 삼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풍력발전 제조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국제 무역규정을 위반했다고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한편 미 수출입은행은 올해 수출금융이 3년 연속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9년 수출금융 규모는 210억달러였고 지난해에는 245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미 수출입은행은 브라질, 콜롬비아, 인도, 멕시코,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올해 가장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국가로 주목하고 있다. 호크버그 은행장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오바마 정부의 수출 증대 계획에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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