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오는 19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위안화 절상 논의가 가열되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과 재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워싱턴은 연일 중국에 위안화 절상 속도를 가속화할 것을 촉구하지만 재계는 압박 수위를 낮춰야 한다며 브레이크를 거는 양상이다.
중국 환율 정책의 '저격수'인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가진 연설에서 "중국은 시장의 압박에 대응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야 한다"면서 "중국의 정책은 위안화 가치 절하를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 절상에 보다 빠르게 나서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자산 가격 상승 등 커다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는 향후 중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언급해 위안화 절상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도 12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입증 가능한 노력을 이행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해 말부터 슬금슬금 위안화 절상에 나서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려는 미국의 김을 빼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 달 30일, 31일, 이달 4일 3거래일 연속 위안화를 사상 최고치로 절상한 데 이어 12일 또 다시 위안화 가치를 역대 최고치로 고시했다. 현재 달러-위안 환율은 달러당 6.6128위안이다. 그러나 중국의 성의에도 미국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 모습이다. 위안화 절상 속도가 너무 느리고 폭도 제한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재계는 지나친 대중 압박은 오히려 미국 기업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미국과 중국 모두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위안화 문제는 점진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너휴 회장은 특히 미국 의회가 추진 중인 환율조작국 제재 법안은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를 가속화할 수 있다며 정치권에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낮출 것을 촉구했다.
오히려 지적 재산권 침해, 외국 기업 차별 정책 해결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도너휴 회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수출 시장인 중국과 무역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라며 "다른 문제들이 중국의 환율 정책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 절상 속도를 두고 정부와 재계의 의견이 충돌하는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강온전략을 사용하며 위안화 절상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강 인민은행 부행장은 11일 "무역수지 흑자와 물가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 환율 유연성을 확대할 것"라고 말해 위안화 절상을 시사했다. 그러나 하루 뒤인 12일 장예수이 주미 중국 대사는 "위안화 절상은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높은 실업률도 낮출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대내외적 문제로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하지만 가파른 인상은 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의 압박에 못이겨 통화 가치 인상에 나서는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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