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구글, 퀄컴-MS 협력 구도도 관전 포인트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사용되는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 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3D 그래픽 처리 능력을 강화한 듀얼코어 모바일 CPU '테그라2'로 세를 급격하게 늘려가고 있는 가운데 퀄컴이 듀얼코어에 통신 기능과 3D 기능까지 더한 차세대 '스냅드래곤'을 내 놓으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섰다.
퀄컴은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듀얼코어를 탑재한 차세대 '스냅드래곤'을 공개했다.
2세대(2G) 통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퀄컴은 3세대(3G) 통신 시장에서도 통신 신호를 주고받는 베이스밴드(휴대폰에서 모뎀 역할을 하는 부분) 칩셋 시장을 장악해왔다.
스마트폰이 출시되면서 퀄컴은 베이스밴드 칩셋에 모바일 CPU를 더한 '스냅드래곤'을 선보이며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3D 그래픽 기술로 PC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듀얼코어에 강력한 3D 기능을 탑재한 '테그라2'를 내 놓으며 시장구도가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조되면서 HD급 동영상 처리와 3D 게임 지원 여부가 가장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엔비디아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은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업체들에게 '테그라2'를 권장하고 나섰다. 그 결과로 'CES 2011'에 새로 선보인 듀얼코어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모두 '테그라2'가 내장돼 있는 상황이다.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엔비디아는 모바일 CPU 시장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지만 낙관할만한 상황은 아니다. '테그라2'는 CPU와 그래픽 가속 역할만 담당한다. 통신 기능은 없다.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별도의 통신 관련 모뎀 칩을 사용해야 한다.
퀄컴이 개발한 차세대 '스냅드래곤'은 이 모든 것을 칩 하나에 담아냈다. 듀얼코어 CPU, 통신을 위한 모뎀, 그래픽 가속을 위한 가속 칩셋을 하나로 만들어 낸 것. 현재 모바일 CPU를 만드는 회사 중 통신 기능까지 하나로 만드는 업체는 없다.
CPU와 통신 칩셋이 하나로 만들어지면 스마트폰 업체들은 내부 공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즉, 부품이 하나 줄어들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부품수가 줄어들면 소모 전력량도 줄어들어 배터리 사용시간도 많이 길어진다.
구글이 엔비디아를 선택한 것처럼 퀄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MS는 올해 출시하는 윈도폰7에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표준 CPU로 채택한 바 있다. 결국 차세대 스냅드래곤의 성패는 MS가 윈도폰7의 시장 점유율을 어디까지 늘릴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윈도폰7은 지난 11월 유럽 및 미국 시장에 출시된 이후 6주만에 150만대가 판매됐다. 하지만 아직 MS의 경우 자체 앱스토어인 '윈도 마켓플레이스'가 활성화 되지 않았고 개발자 수도 적어 성공을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스마트폰 업체들은 엔비디아의 테그라2가 3D 성능에선 앞서는 반면, 퀄컴의 스냅드래곤은 통신 기능이 포함돼 있어 스마트폰을 더 얇게 만드는데 유리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스냅드래곤 역시 3D 가속 기능을 갖고 있지만 테그라2보다는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업체들이 스마트폰 두께 줄이기 경쟁에 나서며 모든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스냅드래곤에 대한 관심도 높아 향후 시장에서 두 업체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내 휴대폰 업체 한 개발자는 "3D 성능에서는 엔비디아가 앞서고 퀄컴은 통신 칩셋까지 하나로 합칠 수 있어 서로 나름대로 강점을 갖고 있다"면서 "구글은 엔비디아, MS는 퀄컴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해 향후 시장에서 두 회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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