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해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에 취임한 이희범 회장(STX에너지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원사 복귀라는 첫 성과를 끌어내며 능력을 입증했다.
현대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캐피탈 등 6개사는 5일 탈퇴 1년여 만에 경총 복귀를 선언했다.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이 탈퇴한 후 경총은 경제 5단체 지위에 상처를 받으면서 일부 기업의 대변인 역할만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이수영 전 회장의 퇴진 발표 후 경총은 6개월여의 기간 동안 회장을 추대하지 못해 업무 공백 상태에 놓인 바 있는데, 이는 현대차 탈퇴도 어느 정도 이유가 돼 왔다.
따라서 경총은 꾸준히 현대차그룹의 복귀를 요청해 왔다. 특히 현대차는 회원사에서는 탈퇴했지만 노사 현안 실무진 회의 때에는 꾸준히 자리에 참석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이를 두고 현대차가 복귀에 대한 명분을 살릴 수 있는 시기가 되면 다시 경총과 손을 잡을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레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현대차 복귀 문제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취임식 전 비공식적으로 현대차 관계자들과 접촉해 문제를 논의한 이 회장은 그해 10월 기자 간담회에서 “현대차가 경총에서 빠진 것은 양측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어떤 경우라도 경총에 복귀하는 게 정당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 회장의 전략이 빛이 났다. 그는 현대차에 제의를 했지만 강요하지 않았다. 특히 현대차의 입장을 감안해 기자 간담회 이후 추가로 제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의 문제일 뿐 현대차도 충분히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데 같은 말을 되풀이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5일 오후에 열린 ‘자동차 산업인의 밤’에서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은 기자들에게 “경총 복귀 문제를 연내에 검토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복귀를 기정 사실화했다.
소식을 접한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경총은 지난달 30일 현대차에 복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현대차는 신묘년 새해가 시작된 지 5일 만에 경총 회원사로 돌아오겠다는 합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경총 관계자는 “현대차의 복귀를 환영하며, 계기로 회원사 공조 체제를 강화하여 명실상부한 노사관계 대표기구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 노동시장 선진화와 상생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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