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 축산시장의 '한숨'
도축장 폐쇄로 유통물량 줄어 재고 바닥
한우 돼지고기 10% 올라 설 앞두고 비상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쇠고기 물량이 없어서 가게 문 닫게 생겼습니다. 주로 거래해오던 도축장이 문을 닫았는데 별 수 있겠습니까. 왜 진작 백신을 처방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지난 4일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만난 한 정육업체 사장은 기자가 '구제역'이라는 말을 꺼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구제역이 한달 이상 길어지자 그동안 재고를 모두 소진하고 물량을 구하지 못해 이번 주말부터 문을 닫을지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된지 한달이 지났다. 도축장 폐쇄로 유통 물량이 줄면서 가게를 닫는 정육업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이러다보니 민족최대 명절인 설(2월3일)을 앞두고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 '폭등'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미리 사두자"…재고수요 몰려 가격 10% 올라=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유통공사가 지난해 12월31일 진행한 경매에서 한우(지육) 1kg은 1만6666원으로 전주에 비해 7% 가량 상승했다. 돼지고기(육돈)도 1kg에 5105원에 거래, 전주 4309원에 비해 18.5% 올랐다.
김욱 서울공판장 축산경매실장은 "구제역 발생 이후 재고확보를 위한 수요 등으로 가격이 10% 가량 올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소매시장인 대형마트에서도 쇠고기, 돼지고기 수요가 소폭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비가 위축될 것을 우려, 농협 한우협회 등에서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열며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29일까지 한우협회와 한우 가격 할인행사를 진행해 한우는 28.2%, 돼지고기는 11.2%나 판매량이 늘었다.
◆도축장 폐쇄로 축산시장 '몸살'=방역당국의 도축장 폐쇄 조치로 고기가 시장에 나오지 않아 축산시장은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마트가 주로 산지와 직거래를 이용하는 반면, 이 곳은 경매 시장을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 마장동 축산시장 관계자는 "도축장 폐쇄로 물량이 줄어들면서 판매량이 평소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특히 소량 판매를 해오던 업체들은 아예 고기를 받지 못해서 문을 닫고 있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소ㆍ돼지에 대한 전국적인 살처분으로 인한 피해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축산시장 관계자는 "도축할 때까지는 소를 2~3년 정도 키워야하는데 대책없이 파묻고 있어 물량이 줄어들지 않겠냐"면서 "축산 농가는 물론 정육점들도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 정육가격 '폭등세' 우려=설을 앞두고 쇠고기ㆍ돼지고기 가격이 안개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욱 실장은 "정육은 가격 변동이 심하지 않은 대표적인 품목이지만 이번 설에는 가격 널뛰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구제역이 장기화될 경우 정육 유통물량과 수요가 모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성진 이마트 축산바이어는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 전체 한우 사육두수가 280만여두로 사상 최대치여서 당장 공급에는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상황이 장기화되면 결국 공급과 수요가 모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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