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증시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 첫 거래일 종가기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더니 이틀째인 4일 장 초반에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개장초 코스피지수는 2075선을 넘으며 장중기준 역대 최고점인 2085.45에 불과 10포인트 차로 다가섰다.
지금 분위기로는 당장 기세가 꺾일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조차 '악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할 정도다. 국내외의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고, 주변 여건도 나쁘지 않다. 악재들은 이미 노출된지 오래라 급작스러운 충격을 줄 가능성이 낮고, 경기는 바닥을 찍고 있으니 나빠질 확률보다 나아질 확률이 높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이는 첫 2000 시대를 열었던 2007년과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2007년은 글로벌 경기가 정점을 찍던 시절이었다. 이번 상승추세가 '새로운 지수대'를 여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주요 근거이기도 하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장의 밸류에이션과 변동성, 수급 등이 2007년에 비해 우호적"이라며 "지난 6주 동안 쉼없이 상승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부침은 있을 수 있겠으나 추세적인 상승에는 큰 변화가 없겠다"고 진단했다. 지금 시점에서 2007년 10월 말의 주가를 바라보는 것은 마치 백두산 중턱에서 한라산 정상에 꽂혀 있는 깃발과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의 성적도 당시 보다 나아졌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고점과 비교할 때 기업들의 순이익은 65조원에서 83조원(현대증권 유니버스 기준)으로 늘어 난 반면 밸류에이션(PER)은 13배에서 10.2배로 낮아졌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07년 929원였던 평균 원·달러 환율 또한 1157원으로 절상돼 외국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환율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전했 다. 이에 현재의 지수는 과열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과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굳건히 뒤를 받치고 있다는 점도 주식시장의 강세 지속을 점치게 하는 요소다.
곽중보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상승 동력이 올해도 건재하다"며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강화가 이어질 전망인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급성장했다는 점도 수급상 호재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환매 압력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해도 증권사의 랩 상품으로 들어오는 자금이 늘고 있는데다 연기금의 국내 주식형 펀드 운용규모도 확대된 덕분이다.
이날 개장초에는 이같은 낙관론을 반영하듯 주요 투자주체들이 모두 순매수 우위다. 오전 9시21분 현재 코스피시장에서 개인이 256억원, 외국인이 183억원, 기관이 173억원 순매수 중이다. 국가지자체 등 기타법인쪽만 617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단기 급등으로 가격 메리트가 사라졌다는 게 가장 큰 우려의 핵심이다. KB투자증권은 국내증시가 최근 급등세를 거듭해 밸류에이션 저평가 국면이 해소되면서 투자매력이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국내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낮췄다.
가격 메리트 하락은 실적시즌 돌입과 맞물려 더욱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증시는 1월 중순부터 실적시즌에 돌입한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IT 등 현재 주도주의 실적이 바닥을 친 것으로 예상되는 구간이다. 당연히 올해 기대감으로 오른 주가와 괴리가 생긴다.
100만원에 육박한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해 2, 3분기에 비해 급격히 준 4분기 실적과 대비될 때 투자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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