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한올바이오파마가 미국계 제약사 박스터(Baxter)를 상대로 계약해지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8년된 협력 계약을 박스터가 일방적으로 파기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수입약 판매대행이라는 '손쉬운' 영업 전략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31일 한올바이오파마에 따르면 회사 측은 서울지방법원에 박스터의 계약해지가 무효이며, 제3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없음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30일 제출했다.
한올 측은 지난 2002년 박스터의 영양수액 3개 제품을 국내에 유통, 판매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계약 만료일은 2010년 12월 31일이다.
만료를 3달을 앞둔 지난 9월 박스터측이 일방적으로 판권 회수를 통보했다는 게 한올 측의 주장이다. 박스터는 지난 14일 해당 제품의 판매대행 계약을 한미약품과 체결하며 파트너를 교체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8년간 적자를 감수하며 인력 등을 투자해 200억원 대로 시장을 키웠다"며 "이제와 판권을 회수해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또 "상식상 최소 1년 전에 해지 통보를 해야 내부 준비가 가능하다"며 "때문에 계약 만료 후 1년인 2011년 12월까지 계약이 유효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박스터 측의 설명은 다르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해지를 앞두고 취해야 할 의무 등 계약서 상에 명시된 대로 이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또 양사에 따르면 9월부터 진행된 논의에서 제품 단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는데, 박스터 측이 '단가 유지'로 양보했음에도 한올 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올 입장에선 매출액의 20%에 달하는 금액이 사라지는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계약해지 충격에 따른 보상금 지급여부를 박스터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권 회수를 놓고 국내제약사와 외국회사 간 분쟁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9년 보톡스 개발사인 엘러간이 대웅제약의 국내 판매권을 회수하며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대웅제약은 엘러간으로부터 70억원 가량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약개발력이 떨어지는 중소제약사를 중심으로 '외국약 판매대행' 전략을 선택하는 경향이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어, 이 같은 분쟁이 추가로 벌어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