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LED 등 미래사업 CEO가 직접 나서 인재 유치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주요 대기업이 신사업 부문 경력 사원을 대거 채용하는 '인재 사냥'에 올인했다.
기업의 신수종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나갈 인력층을 두텁게 구성해 미래 먹거리 선점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최근 재계가 오너 체제와 젊은 리더십으로 진용을 갖춘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도 스카웃전의 성패는 재계의 성장 동력과 직결된다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지속적으로 각 분야 경력직원을 채용해 온 주요 대기업들이 연말 대대적인 구인 전쟁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와 발광다이오드(LED), 태양전지, 헬스케어 등에 걸쳐 공개적으로 수백명에 이르는 경력직원을 모집하는 가운데 포스코는 소재ㆍ액화천연가스(LNG)ㆍ석탄가스화ㆍ신재생에너지ㆍ광산개발ㆍ마그네슘ㆍ원자력 등에서 인재를 뽑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ㆍ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 SK그룹은 배터리와 전자소재 등에서 전문가를 찾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력직을 보면 재계가 어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지 알 수 있다"면서 "삼성과 포스코, 현대차, SK그룹이 저마다 신수종 사업을 보다 강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건설ㆍ플랜트 부문도 다수의 인력을 뽑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회사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어 매월 경력사원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발전ㆍ원자력ㆍ건설ㆍ플랜트ㆍ워터ㆍ주단ㆍR&D 등에 걸쳐, STX그룹은 플랜트ㆍ해외건설ㆍ풍력 등 각각의 부문에서 세 자리수 경력직원을 구하고 있다. 삼성건설은 올해 뽑은 260명의 경력사원중 100명이 넘는 인원을 플랜트사업부(원자력사업부ㆍ발전사업부 포함)에 집중했고, GS건설도 플랜트ㆍ에너지솔루션ㆍ해외송변전ㆍ발전환경 등에서 역시 세 자리 수의 직원을 모집 중이다.
경력직원 수요는 각 기업이 공개한 신성장 동력 사업이 집중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층이 얇다는 것이다. 태양열ㆍ풍력ㆍ플랜트는 2000년대 초반까지도 중소ㆍ벤처기업들이 주도했거나 일부 전문기업의 몫으로만 여겨져 왔다. 해당 분야에서 수년간 경력을 쌓은 경력직원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그룹 오너가 직접 신사업 육성을 추진하면서 CEO까지 나서 사람을 구하는 상황이 됐다. 상시ㆍ수시채용 제도를 통해 오는 사람 기다리던 기업들은 한 사람의 인재라도 더 끌어 들이기 위해 인사 담당자들이 직접 나가 적임자를 찾고 있다.
이러다 보니, 데려가려는 회사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회사간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LG생명과학의 바이오 부문 인력을 채용하자 LG측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을 비롯해, 다른 기업들도 크고 작은 분쟁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S&C의 경우에는 설계 및 설계영업 부문 우수사원 모집공고에 경쟁사명을 명시하고, 이 업체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직원들을 우대한다고까지 할 정도다.
플랜트 업계도 상황이 좋지않다. A라는 업체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느닷없이 사직서를 내고 짐을 꾸렸는데 일주일 뒤 경쟁업체인 B사로 출근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플랜트 부문은 인력층이 워낙 좁기 때문에 직원의 회사 이동 비율이 높은 편이다.
구인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해외에 있는 인력을 뽑으려는 기업도 있다. OCI그룹은 화학공정개발ㆍ유기합섬ㆍ이산화탄소 절감ㆍ태양열 등의 부문에서 해외인재를 상시 모집하고 있다.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내년부터 새로운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기업들간 경쟁이 매우 치열하며 이 때문에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며 "그만큼 기업이 신사업에 얼마나 사활을 걸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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