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김효진 기자] 하종선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은 "무제한급 세계 챔피언전이 열렸다"면서 "재판부의 공정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24일 서울중앙지법 제 358호 법정에서 열린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 효력 유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하 사장은 "팔이 뒤로 묶인 다윗(현대그룹)과 자금력이 풍부한 골리앗(현대차그룹)과의 싸움이 본격화한 것"이라며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이 비유한 '약 먹은 벤 존슨'이 아니라 채권단의 공정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 뒤 혈투 끝에 KO승 혹은 판정승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 대리인은 이날 2차 심리 도중 현대그룹을 약을 먹은 벤 존슨에 빗대면서 "금메달을 박탈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하 사장은 이어 "30여명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한 채 밤샘 검토를 통해 현대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며 "그런 채권단이 대출계약서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 선수의 신체를 해부해보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하 사장은 "현대그룹 대리인을 통해 법정에서 하고자 했던 말을 모두 마쳤다"며 "채권단의 공정한 판단만이 남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도 이날 이례적으로 채권단의 책임 문제를 질책하고 나섰다.
최성준 수석부장판사는 2차 심리를 끝내는 자리에서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당시 채권단의 검토가 애초에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최 부장판사는 "상황을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채권단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라면서 "1조2000억원 자금에 대한 많은 의구심이 있었다면 최종 결정을 보류하더라도 직간접적인 확인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직접 나서 피신청인(채권단)의 책임을 물은 것은 이례적이다.
최 부장판사는 이어 "채권단이 요구했다면 현대그룹이 자료를 얼마든지 제출했을 것으로 본다"며 "5조원이 넘는 자산의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메릴린치를 비롯한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공동 매각 주간사가 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이면서도 애초 우선협상대상자와 MOU 체결을 먼저 결정한 뒤 현대그룹의 의혹을 해결하고자 했다면 구두가 아닌 서류로서 문서화해야 했다"고 의문을 제시했다.
최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큰 짐을 떠안은 것은 사실이지만 올바르고 정당한 결론을 내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오는 29일까지 추가 자료를 받은 뒤 내년 1월4일 최종 판결키로 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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