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말 많던 설탕값이 드디어 인상됐다. 설탕의 원료인 국제 원당가격이 끝없이 치솟으며 기업의 손실폭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내년 초부터 소비자 물가도 동반 상승할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밀가루 가격 또한 내년 설 이후에는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탕에 이어 밀가루값이 오르면 라면, 빵, 과자 등 식료품 가격 또한 연이어 오르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설탕값 인상에 이어 다음 차례는 밀가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분업계에는 지난해 9월과 올 초에 가격을 두 번이나 내렸기 때문에 이제는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태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밀가루의 경우 4~5개월 전에 이미 물량을 확보해놓는데 현재는 인상된 국제 가격의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아직 밀가루값 인상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것이 없지만 곧 논의해야 할 상황에 처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국제 원맥 가격은 현재 부셸당 7달러 선으로 올 상반기에 비해 70% 가량 올랐다. 제분업계는 이같은 오름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최소한 내년 설 이후에는 한 자리수의 인상을 단행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례적으로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전에는 기업이나 정부 모두 물가에 영향을 주는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은 오는 24일부터 설탕 출고가를 평균 9.7%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상안에 따르면 하얀설탕 1kg은 1195원에서 1309원으로 9.5%, 15kg은 1만5403원에서 1만6928원으로 9.9% 인상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제 원당가의 폭등이 지속되면서 적자폭이 더 이상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에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국제 원당가격은 지난달 9일 파운드당 33.11센트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후 33센트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10센트 초반이었던 지난해 초에 비해 200% 가까이 오른 수치다.
CJ제일제당은 당초 15% 인상안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10% 미만으로 인상폭을 조정했다. 인상 시기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정부에서도 더이상 손실폭을 키울 수 없다는 사측 의견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의 이번 인상에 따라 삼양사, 대한제당 등 여타 제당업체들도 연이어 가격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설탕에 이어 밀가루값마저 오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업체와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ㆍ해태제과 등 과자업체,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제빵업체들도 잇따라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올 1월 제분업계가 밀가루 값을 내리자 이 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차례로 인하했기 때문에 이유도 충분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올 초 밀가루값 인하 시 제품 가격을 내렸기 때문에 설탕에 이어 밀가루값이 오른다면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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