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유로존 위기가 지속되면서 유로를 달러로 스왑하는 비용이 5개월래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달러가 필요한 유럽 은행권의 유로-달러 스왑 비용이 높아지면서 유로존 은행권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1일에서 최대 50년에 걸쳐 유로화를 달러로 바꿀 수 있는 일명 베이시스 스왑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감지되고 있다. 베이시스 스왑이란 서로 다른 변동금리를 기준으로 계산된 가액을 교환하기로 하는 스왑계약을 말한다.
유로를 달러로 바꿀 수 있는 3개월물 베이시스 스왑은 지난 주말 마이너스 60을 기록했다. 이는 유럽 은행권이 스왑을 위해 추가적으로 60bp(0.6%p)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로 베이시스 스왑은 지난 2008년 9월30일 리먼브라더스 사태 발생으로 사실상 시장 기능이 마비됐던 당시 마이너스 300bp를 기록한 바 있다.
유로-달러 스왑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는 유로존 재정적자 우려가 지속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또 미국 은행권이 경쟁자인 유럽 은행권에 대출을 꺼리는 점도 유로-달러 스왑 비용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비록 리먼 브라더스 사태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펀딩갭(funding gap)으로 인해 내년에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유럽 은행권의 펀딩갭은 5000억달러로 집계됐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 당시의 펀딩갭은 1조달러 수준이었다.
전 세계 400개 이상의 금융업체들을 대표하는 국제금융협회(IIF) 역시 지난주 보고서에서 유럽 은행권의 달러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내용을 경고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번 달 "유럽 은행권의 달러 자금 조달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유로-달러 스왑비용이 늘어나면서 올 들어 유럽 은행권의 달러화 채권 발행은 1500억달러로 4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 세계 비금융권 기업들의 달러화 채권 발행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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