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한나라당의 예산안 및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반발하며 거리로 뛰쳐나간 민주당의 장외투쟁이 반환점을 돌았다. 인천, 대전, 부산, 광주 등 주요 거점도시 순회투쟁을 전개한 민주당은 최근 한나라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하자 고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고민 또한 깊어가고 있다. 언제까지 장외에 머물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민주당은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파 속에서도 '풍찬노숙'을 마다 않은 손학규 대표의 연일 강행군과 예산안 강행처리에 따른 민심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전반 여론전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당 핵심 관계자는 20일 "예상 밖의 추위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현장에서 확인한 민심은 장외투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민주당에 호의적이었다"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과 한 자릿수 격차로 좁혀졌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되찾은 듯 손 대표의 발언 수위도 강화되고 있다. 손 대표는 19일 광주ㆍ전남 결의대회에서 "이번 예산ㆍ법안 날치기는 의회민주주의의 유린이요, 정당정치의 부정, 나아가서 이명박 독재의 본색을 드러낸 의회쿠데타"라고 규정하면서 "이명박 정권은 이번 예산안 날치기를 통해 서민을 통치 도구로 짓밟고 특권층만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독재 본색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 처럼 정권에 대한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민주당의 고민은 오는 28일 장외투쟁 정점을 알리는 서울광장 결의대회 이후로 쏠려있다. 손 대표 측근들은 1월에도 현 정권의 심판을 내세운 장외투쟁을 계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정부ㆍ여당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연말과 연초 거리투쟁을 장기화 할 경우 긴장도가 떨어져 투쟁 의지도 이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우리 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따른 남북간 무력 충돌 가능성도 변수다. 남북이 다시 포격을 강행할 경우 안보정국으로 전환돼 장외투쟁을 고집하기 어렵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1월 개각을 단행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에 따른 등원도 불가피하다는 점도 현실적인 고민이다.
하지만 당 주류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지도부들 가운데 출구를 마련하자는 의견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며 "오히려 의원직 사퇴 결의를 요구하는 등 강경 기류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1월 일부 원내투쟁을 감안해 테마별 투쟁으로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굵직한 현안은 특위 활동을 강화하고, 예산 삭감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영유아 예방접종비, 방학 급식비 지원 등은 사안별로 손 대표와 지역구 국회의원, 지역위원장이 공동으로 현장 민생정치를 이어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천막을 치고 노숙투쟁을 이어온 손 대표는 광주ㆍ전남 규탄대회를 마치고 닷새 만에 서울 자택으로 상경했다. 손 대표는 20일부터 경기, 제주, 대구ㆍ경북, 충북, 강원 등을 거쳐 서울 규탄대회로 12월 장외투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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